째깍째깍
어제 있던 일이었다.
운동을 하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아침에 내린 눈이 벌써 얼음이 되고 있었다. 조심스러워 살금살금 걷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온몸으로 내리 꽂혔다. 경적소리에 감정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 경적을 누른 사람의 감정이 그랬으리라 확신이 들 정도로 큰 소리였다.
놀라서 종종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보니 빨간 불로 바뀌어 있는 신호등이 보였다.
- 아, 그랬구나 내가 빨간불인데도 건너고 있어서 답답해서 경적을 울린 거구나.
라고 이해하기는 개뿔.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망할 놈. 길어봤자 1분도 안되는 시간이었을 텐데 그 새를 기다리지 못하고 경적을 울리다니.
경적 소리에 놀라 넘어졌다면 그 길 한복판에서 얼마나 위험했을까.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어졌다. 쫓아가서 면박이라도 주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아 이런 젠장. 화가 주체가 안 된다.
펄펄 끓는 마음을 안고 발레 수업을 들었다.
[1번 포지션. 고개를 똑바로 들고 몸을 단단히 세우세요. 자, 하나, 둘,]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발레음악, 사뿐사뿐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 천장에 달린 히터기에서 나오는 따뜻한 열기까지.
내 마음을 가득 채우던 빵! 빵! 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1시간 20분 만의 일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우유처럼,
기분에도 유효기간이 있다.
빵! 빵! 은 고작 1시간 20분 짜리였다.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이면 사라져 버릴 기분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당장 입고 있는 스키니진의 불편함이 내 머릿속에서 더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괜히 입었나...) 이 '불편함'은 예상컨대 3시간 짜리다. 3시간 뒤에는 옷을 갈아입을 수 있으니까.
어제의 화도, 지금의 불편함도, 그리고 내일 나에게 올지 모르는 또 어떤 기분도 유효기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에도 없는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왜 그 순간에는 그 감정이 내 몸을 가득 채우는 걸까.
순간의 기분,
잠깐의 감정,
어떤 기분이 생겼을 때 머릿속에 자동으로 타이머가 설정돼서 유효기간을 알려 주었으면 좋겠다.
째깍째깍 타이머의 소리를 들으며 나는 평소처럼 행동할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