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님 중간 정산이라도
이번 주에만 면접이 두 건이다.
목요일에는 면접자가 되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면접을 보고, 일요일에는 면접관이 되어 우리 회사 인턴사원들을 뽑는다. 입사 7년 차. 이제는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여기로 올 사람들을 볼 수도 있는 연차가 되었나 보다.
같은 회사에서 부서 이동하는데도 면접을 봐?
라고 물을 수 있지만 그렇다.
지원서 작성 - (비공식적) 평판 조회 - 팀장 면접 까지.
경력직 이직과 비교했을 때. 인적성 검사만 없을 뿐 다른 절차들은 모두 똑같다.
면접 대상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틈틈이 '예상 질문 목록'을 만들면며 생각을 다듬었다.
꽤나 많이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날 밤에는 커피를 한 사발 원샷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도 안 오는 김에 내가 그동안 한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7년. 이면 적지 않은 세월이다.
내가 한 일들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혼자 하는 일은 없었으니 일과 사람이 같이 생각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하나하나 얼굴을 돌이켜 보니 회사에도 졸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보니 별것 아닌 일들이 많았다.
별 것 아닌 일로 웃고 화내고 싸웠는데, 그것들이 '지난'일 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당신과의 일은 오늘까지입니다. 이제는 새로운 일이 시작됩니다. 찰칵!
하고 축사를 하고, 서로의 미래를 축복해주고, 축복하기 싫을 정도로 미운 상대라면 그냥 그래 잘 가라. 하고 말해주고 악수 한 번 하고 같이 졸업 사진을 찍고 싶다. 그러고 나서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그 졸업사진을 보면서 아, 이건 지난 부서와의 일이었지, 벌써 이만큼 지났네. 하고 회상하고 싶다. 그러고 나서 홀가분하게 다른 길을 가고 싶다. 발걸음도 가볍게 룰루 랄라.
허나 사람 일이 어디 그런가.
미워했던 감정은 무뎌지더라도 사라지기는 힘들고 즐거웠던 기억은 향기일지라도 남아 있기 마련이다. 락스 칠해서 박박 닦아 없앨 수 있는 얼룩이면 좋으련만, 희미하게 자국을 남겨 문득문득 눈에 들어온다.
면접 전날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 했건만 결국 생각의 자국들을 꾹꾹 눌러보느라 눈 밑이 시커메졌다. 푸석한 피부에 마스크팩을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직 면접 붙은 것도 아닌데 오버하지 말자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