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공교롭게 가까운 이들의 생일이 몰려 있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소소하게 선물을 주고받다 보니 쇼핑을 할 일이 잦아진다. 좋은 것들을 보다 보니 물욕이 슬슬 올라오는 것이다.
나는 물건을 살 때 바로 결제를 하지 않고 위시 리스트에 넣어 놓고 나서 구매하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충동구매를 방지하는 동시에 그것을 '위시'했을 때의 내 마음 상태를 아는 재미가 있다.
운동하기 좋은 여름에는 스포츠용 블루투스 이어폰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는 미니 크리스마스트리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신상으로 나오는 립스틱들이 조르르 시간 순서대로 나열된 위시리스트는 그 시기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뭔가를 바란다는 건 내가 그걸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는 동안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죽을 때가 되거나 아니면 스님이 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완성되지 않은 채로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 욕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는 일이 끊임없이 뭔가를 욕망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오랜 기간 동안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은 그 후에 올 허무함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임을 알고 있다. 대학입시, 취업, 1억 원 모으기와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그랬다. 몇 년에 걸쳐 한 가지 만을 바라고 살았는데 막상 이루고 보니 남아 있는 인생이 너무 길어서 허망하기만 했다.
저 높이 있는 산을 향해 한 걸음씩 올라왔는데 알고 보니 기다란 산맥에 맨 처음 있는 산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이럴 바에야 차라리 태양을 향해 걷는 것이 나았겠다 싶다.
나한테는 글쓰기가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일이다.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도저히 가까워지지 않은 일,
살아있는 동안 채울 수 없는 일
그리하여 오늘도 나는
불완전한 나에게 욕망이 있음에 감사하며 연필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