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쓴이 Oct 31. 2021

30대 중반 복린이 복싱 분투기 1.

시작이 반이라며?

넷플릭스에서 한창 유행했던 콘텐츠 D.P의 주인공은 폭력가정에서 자란 탓에 '아빠한테 맞지 않기 위해' 복싱을 배운 사람이다. 


복싱을 배운 이유가 절박했기 때문이었는지 주인공이 잘생겼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중간에 나오는 격투 장면을 보고 나는 완전히 반해버렸다. 그래! 복싱을 해야겠어. 


계기는 하나 더, 이제 곧 넷플릭스에서도 나올 드라마의 원작 웹툰인 '지옥'에서도 죽음의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주인공이 다시 쳐들어온 적들에게 혈혈단신 맨주먹으로 맞서는 장면이 나온다. 그래! 나도 복싱을 해야겠어!


나의 복싱 결심에 넷플릭스가 지대한 공을 했다. 이건 넷플릭스 본사에서 들어도 어이없어할 이야기. 바로 집 근처 복싱 체육관을 서칭 하니 도보 10분 거리 안에 복싱 체육관이 하나 나왔다. 체육관에 연락해서 3개월 회원권도 물어봤다. 기세만 보면 당장이라도 링에 올라가 원투를 날릴 것 같았지만 뜻밖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모든 운동 초보들이 겪는 하는 생각이겠지만, 왠지 초보가 복싱 체육관에 가면 기세에 눌러 구석에서 러닝머신이나 뛰고 있을 것 같았다. 샌드백 근처에 얼쩡거리다가 부딪히고서는 상대방이 물어볼 세도 없이 


아, 아니 괜찮아요 죄송합니다^^'하면서 멋쩍게 웃으면서 뒷걸음질로 도망칠 것 같았다. 


그러고는 한 달 뒤 당근 마켓에 '미사용 복싱 글러브 팝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릴 것 같았다. 

글러브를 사러 온 사람이 왜 파시냐고 물어보면 


'일이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요^^'라며 거짓말을 할 것만 같았다. 




복싱 체육관에 가게 해준 두 번째 계기는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 집 근처 마트에서 혼자서 장을 보고 오는 길에 100미터 거리를 걸으면서 두 번을 쉬었다. 장바구니에서 계란을 꺼내며 마지막으로 다짐했다. 그래! 복싱을 해야겠어!


복싱 체육관에 들어가니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적이 안다'는 현판 아래로 커다란 링에서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둘이 스파링을 하고 있었다. 상담 중에 띵..... 띵.! 하면서 일정 간격으로 종이 울렸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첫 번째 종은 3분, 두 번째 종은 30초 간격으로 울리고 3분을 1라운드라고 한다고 했다. 멋지다


상담 선생님의 오른쪽 손가락에는 격투라는 한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나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는 그가 진정한 무도인으로 보였다. 멋지다.


초보들에게 복싱=줄넘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다. 처음 1달의 루틴은 빠른 걸음 러닝머신 10분- 줄넘기 - 제자리 뛰기 - 가위 뛰기(일명 pt체조) -복싱 스텝 연습 순이었는데, 러닝머신을 제외한 모든 운동은 3라운드씩 진행했다. 


본격적인 운동 이야기는 다음 편에..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의 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