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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Nov 07. 2021

30대 중반 복린이 복싱 분투기2

복싱 체육관 첫날에는 뭘 하나요?

복싱 체육관의 구조는 헬스장과 비슷하다. 
1. 러닝머신, 사이클, 줄넘기! 같은 간단한 유산소 기구
2. 아령과 케틀벨, 벤치 프레스 같은 근력 운동 기구
3. 복싱만을 위한 도구로는 작은 꼬깔콘들(스텝 운동을 할 때 사용), 플라스틱 공이 달린 헤어밴드, 샌드백 이 있다.

(글러브는 다들 아시지요? 초보가 글러브를 끼려면 1개월은 걸립니다)

운동은 '라운드'라는 단위로 구성하는데 1라운드가 3분 운동, 30초 휴식을 의미한다. 체육관에 울리는 띵.... 띵.. 소리가 바로 그것. 초보자는 보통 복싱 경력 1~3개월 차를 말하고 이 동안의 운동 루틴은 사실상 복싱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다. 
1. 러닝머신 10분 웜업
2. 줄넘기 3라운드
3. 가위 뛰기(pt체조와 비슷함) 3라운드
4. 양팔 번갈아 제자리 뛰기 3라운드
5. 진도에 맞춰 복싱 기본기 연습

고백하자면 내 마지막 줄넘기는 15년 전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줄넘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아아 체육교육의 소중함이여. 정규 교육과정에 체육이 왜 있는지 알 것 같다. 억지로 시켜서라도 아이들에게 기초 체력을 길러주려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이다. 수행평가에 줄넘기 실기도 있어서 밤늦도록 쌩쌩이를 연습했던 나였는데 그 쌩쌩이가 내 마지막 쌩쌩이가 될 줄이야




운동을 거진 2년 동안 쉬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프로그램을 짰다. 3라운드가 아닌 2라운드씩만 해 보기로 했다. 운동 설명을 들었을 때 '별다른 기술 없이 그냥 뛰는 거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러닝머신을 내려와 서 줄넘기를 잡은 지 10초 만에 그 생각을 사라졌다. 

줄넘기를 하는데 손목과 어깨, 등이 너무 아팠다. 당연하다 마우스와 핸드폰보다 무거운 걸 들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반복되는 줄넘기를 들고 3분을 있는 것도 힘들었던 것이다. 1라운드 3분을 쉬지 않고 해야 하는데 10초도 못했다. 자꾸 줄넘기가 발등에 걸려서 더 긴 줄넘기를 찾아다녔는데 나보다 키 큰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줄넘기로 잘만 하는 걸 보니 역시 중요한 건 장비가 아니라 몸뚱이다. 

체육관의 운동하는 공간은 뻥 뚫려 있는데, 옆사람이 열심히 하는 걸 보면 내가 오래 쉬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중학생이라면? 어른의 자존심으로 쉴 수 없지. 어느새 내 고개는 그렇게 발등을 수십 번 때려가면서 줄넘기를 겨우 마쳤다. 지옥 같은 2라운드였다. 줄넘기 다음에 한 가위 뛰기와 제자리 뛰기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뛰는 건 똑같고 줄넘기 하나 안 들었을 뿐인데 온 몸이 가볍다. 역시 복싱의 시작과 끝은 줄넘기였어.



복싱 기본기는 일단 스텝부터 시작했다. 양발을 벌리고 살짝 앉은 자세에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데 관장님의 왔다 갔다 와 내 왔다 갔다가 뭔가 달랐다. 말로 설명하자면 관장님의 왔다 갔다는 몸 전체가 왔다 갔다인데 나는 상체는 가만히 있고 종이인형처럼 하체만 왔다 갔다 했다. 큰 거울로 종이인형 같은 나를 보니 너무 부끄러웠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물어보니 초보들은 다 그렇단다. 몸을 쓸 줄 몰라서 그렇다는데 고치려면 몇 달이 걸린다나.

여기서 잠깐, 운동량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나는 모든 라운드를 중간중간 쉬면서 했음에도 땀이 비 오듯이 떨어졌다. 입고 있던 티셔츠가 땀으로 가슴까지 젖었다. 30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체육관을 나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랜만에 땀을 많이 흘려서 기분이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게토레이 하나를 사면서 무도인의 길을 걸어보리라 다짐했다. 복싱 정말 재밌다. 나도 어서 샌드백을 쳐야지

다음날 일어나니 무릎 아랫부분이 이상하게 붓고 아팠다. 근육통일까. 이 부분에는 근육이 없을 텐데 이게 뭐지... 이상한 마음에 정형외과 예약을 잡았다. 큰 병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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