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 썼던 적이 있는데 전부 다 '나의 집'이야기였다. 오늘은 조금 색다르게 '남의 집'이야기를 써 보려고 한다.
이사를 하려고, 혹은 독립을 하려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다 보면 몇 가지 특이한 점들을 알게 된다. 의외로 서울에는 네모 반듯한 집이 잘 없다는 것과 언덕이 무지하게! 많다는 것,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싶은 곳에 정말 사람이 산다는 것,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등등이다.
그 중에서 내가 방문했던 집 중에 기억에 남는 집들을 적어 본다.
1. 이 집에 마가 끼었습니까?
가격도 적당, 위치도 적당한 다세대 주택의 한 집. 곰팡이가 있나 싶어 살펴본 서랍장 뒤에는 노란 바탕에 붉은 글씨가 커다랗게 씌여 있는 부적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현관문 위에는 실타래에 감긴 북어가 엄나무와 같이 있다. 보통 식당에서는 귀신을 쫓는 의도로 많이 놓는다는데 가정집에 저런게 있을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면..최대한 괜찮은 표정을 하고 집을 빠져 나오게 된다. 부적은 떼면 되지 않냐고 물으시겠지만, 그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하느니 그냥 그 곳에 살지 않는걸 택하겠다
2. 짙은 너의 향기
싸구려 커피를 마시려던 장기하는 커피 대신 어젯밤에 넣어둔 담배 꽁초를 마셨더랬다. 그 노래를 들었을 때는 몰랐지.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걸. 그런 집에 들어가면 재떨이 안에 들어있는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든다. 집이고 뭐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 희안하게도 내 눈에 담배가 보이지 않더라도 담배 냄새는 계속 난다. 당췌 어디서 나는지 알길이 없다.
3. 테트리스집
아파트가 아닌 다가구, 다세대 빌라를 몇 군데 다니다 보면 알게된다. 집은 네모난게 아니구나! 그렇다 집은 네모낳지 않다. 세모일수도, 육각형일 수도, ㄱ 자 일 수도 있다. 물론 이건 3차원에도 해당한다. 특히나 화장실에 턱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안그래도 미끄러운 공간에 턱이 있으면 살다가 언젠가 한번은 이빨이 부러지는 날이 올 것 같았다. 테트리스 집의 가장 곤란한 점은 가구를 넣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틈새 수납장이나 세모난 선반도 있지만 맞춤이 아니고서야 미묘하게 틈이 남기 마련이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먼지와 머리카락 등등은 청소하기에도 매우 곤란하다. 틈새를 메꿀 궁리를 하다보면 이런 식으로 두뇌활동을 시키는게 이 집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외에도 교도소급 철장으로 창문을 다 가려버린 어둠의 집, 화장실 환기구가 거실로 나와있어 샤워한번 하고 나면 온 집이 안개에 쌓이는 안개의 집, 옆집 재채기 소리가 들리는 종이의 집 등 엄청나게 많은 집들이 있지만 중략한다.
보통으로 사는게 힘들다고 말은 들었는데 보통 집을 구하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