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쁜 아이였다. 그뿐이었다. 물론 상상을 해본적은 있었다.
' 저렇게 예쁜 애랑 연애를 하면 어떨까.
순수함과 풋풋함이 가득한 20살로 돌아간 듯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상상속에서도 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말았다. 이미 인생의 희노애락이 가득한 표정에
충혈된 눈, 피로에 찌든 얼굴은 그의 옆에 절대 어울리지 않았다.
길거리에 마주치는 눈이 부실듯한 젊음과 아무것도 모르는 맑은 눈망울을 한 그녀들이
그의 옆을 지켜야 할 거 같았다. 상상속에서 잠시나마 옆자리에 나를 세워둔 게 너무 부끄러워
얼굴 붉히던 떄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이 고백이라는 걸 해왔다.
유난히 내 곁을 맴맴도는 그가 날 누나처럼 잘 따르는 거라고 생각했었고...
정말 동생처럼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그가 고백을 했다.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나는 결혼할 누군가를 만나야 하고, 네가 나랑 만난다는 건,
앞으로 올 수많은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만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거야. 억울하지 않니?"
거절이 아닌 설득이었다. 아직 어려서 호기심과 애정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소년쯤으로 치부했던 거 같다. 사실 진심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또래 여자들이 그냥 애같아요. 너무 일찍 일을 시작해서인지, 그저 철없이 보이기만 해요.
이렇게 말통하는 사람 다시 못만날거 같아요.
그리고 나 이미 만날만큼 다 만났어요. 더 이상 못만나도 억울할 거 하나도 없어요. "
그 말이 왜 섬뜩했을까. 조건따윈 문제될 게 없다고, 직업이나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라고. 그런 물질적인게 결코 그 사람의 본질이 될 수 없는 거라고 누누히 말해왔었는데.
그렇게 외치던 순수함을 간직한 , 너무나 괜찮은 사람인 그가
나는 왜 절대 내 남자친구자리로 안되는 거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는걸까.
직업이야 구할 나이이고, 돈이야 없을 나이라고 하면서도
지금의 내가 그 누군가를 만다면 무엇인가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결국 나도 그놈의 조건이라는 부분을 포기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인 것은 아닐까.
그런게 아니라는 대답을 남기고 돌아서는 길에 무언가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서른이 훌쩍 넘은, 가진걸 놓아버릴 수 없는 그런 '어른'이 되어버린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