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렇게 난 흔들리고 있었다

by 매일매일성장통

"아.. 그래.. 그냥 인생 막 살아야겠어. 결혼할 사람? 그런 사람은 그냥 씨가 마른거야. "


아무 기대 없었던 또 하나의 소개팅을 마치고 나오면서 불현듯 내 인생이 한심해졌다.


거리낌없이 남자들과 어울릴 수 있던 학창시절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다 보면

결혼을 위한 노력이 소개팅 밖에 없을 떄가 있다.

물론 직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거나, 사내 혹인 대외적인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만,


직장의 성비가 엄청나게 불균형하다거나, 동호회에서 핵심인물이 되기 전까지

얼굴에 철판깔고 '토토님' '뽀로로님' 과 같은 오글거리는 닉네임을 불러가며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과 오로지 술자리를 위한 대화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다면


이또한 득이 되진 않는다.


결국 거부하고 싶고, 어색하고,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거야 라고 하면서도

외로움이 훅 강타를 치거나, 문득 한해가 또 가는 느낌에

불안함이 스멀스멀 휩싸면 또 다시 이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 나 소개팅 좀 시켜줘"




소개팅, 생각해 보면 나쁠게 없을 거 같다.

갈수록 매너가 좋아져 전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와 커피 한잔하는게 뭐 어려운 일이랴.

요샌 밥 값 내는게 아까워 평일 저녁 8시쯤으로 약속을 잡는 상대의 빤한 계산에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런 어색한 자리에서 밥까지 꾸역꾸역 먹고 싶은 생각이 없기에 그조차도 땡큐일 뿐이다.


다만 끝나고 나서가 문제다.

'그래 뭐 확 안끌려도 만나 보지 뭐, 괜찮네 뭐. 나는 뭐 별거라고'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만남을 잠시나마 떠올려 보지만 늘 '그'들에겐


'즐거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라는 뻔하디 뻔한 문자만 날라올 뿐이다.

심지어 이조차도 내가 보낸 문자에 마지못해 답이 올때도 있다.


요즘같은 세상에 남자 여자가 뭐가 문제며, 먼저 연락할 수도 있지라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먼저 연락하지 않는건, 결단코 남자 여자의 자존심 대결이 아니다.


첫인상이 이미 70%이상 좌우하고 있으며, 첫느낌에서 성공못할 경우

먼저 연락따위 한다고 잘 될리가 없는 것이 남자의 특성이라는 걸 경험으로 충분히 느껴왔기 떄문이다.


가끔 이런 남자 여자의 특성이 억울할 떄가 있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보편적인 남자의 특성상 여자는 선택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

혹은 눈치채지 못하게 선택될 수 있는 여우짓을 해야 한다는 거.


성격상 기다리기만 하는게 참 좀이 쑤시고 억울하지만

이론이 아닌 경험을 통해 느껴온 진실이기에. 결국 또 씁쓸함만 삼킨다.


이놈의 소개팅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다.

마음에 든 사람이건 마음에 안 든 사람이건 연락이 안오면 이상하게 위축되어가는 내 자신을 느낀다.

그럴 필요 없다고 애써 위로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평가가 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을 할 순 있지만. 자존감이 점점 바닥에 치닫는 느낌이 기분 나쁘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소개팅 끊기에 들어갔었다. 자존감을 좀먹어가며 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다 다시 소개팅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두려웠다. 비슷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한국사회에서, 어쨌든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불쑥 내민 어린 아이의 손을 잡기가...


33살의 보편적인 여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기에.. 자꾸 나를 더욱 다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그만 좀 달라지라고... 적당히 맞춰가며 살아가자고.. .


학창시절의 다름은 '왕따'의 타겠이었다. 이건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은연 중 깨달은 진실하나.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튄다는 것은 정 맞는 지름길이며,

학창시절엔 왕따의 대상으로, 직장생활엔 구설수의 대상으로 이어져 간다는 것을 체득해갔다.

사실 이런걸 느낄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뭔가 다른 나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그'의 손을 잡아버리면 난 두 발 마저 땅에 디디지 못한 채 공중에 붕 떠서 살아갈 것 같았다.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그런데 그 손이 참 잡고 싶고 싶기도 했다.

한번뿐인 내 인생인데..

결혼, 사회적 지위, 사람들의 시선 그런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살고 싶은데로 막 살아도 그렇게 살아지는게 인생 아니냐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그렇게 난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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