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으로 이끄는 에너지

그 영적 엑스터시에 대하여

by 아난다
책을 읽다 좋은 글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좋은 글이란 벌써 내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 마음속에 벌써 들어와 있지만 미처 내가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이미 낯익은 것이기 때문에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것입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내는 작가의 재주에 경탄하지만
우리를 정말 기쁘게 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표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살며 느끼고 이해한 것만큼은 우리는 알아낼 수 있습니다.
독서의 깊이는 삶의 깊이와 같습니다.

구본형의 < 일상의 황홀 > 중에서



사회적 통념, 이익과 손해, 선악, 시비를 뛰어넘는 근원의 소리를 자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위험을 피하려면 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며 다양한 스트라이크존을 제시합니다.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없는 존재가

자신을 지기키 위해 가장 손쉬운 선택은 가장 튼튼해 보이는 안전지대를 찾는 것이겠지요.


누군가에게 그것은 '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학벌'일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미모'가 그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자신의 바깥에서 안전을 구하기 시작하면

자신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상황에서

그 답과 다른 메시지를 전하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일도 없을테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는 점점 무뎌져갑니다.


좋은 글(컨텐츠)은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아 줍니다.

근원에 접속한 상태에서 흘러나오는 글은 특유의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에너지가 잠들어 있는 내 안의 그것에 연결되는 순간,

그 영적 엑스타시를 대신할 기쁨을 알지 못합니다.

나처럼 해보라고 유혹해대는 사이비와의 교접으로는

도저히 이를 수 없는 그곳에서 삶은 전과는 전혀 다른 지평을 얻습니다.


영혼의 무늬가 닮은 작가의 글은

마치 꿀벌이 암술머리들을 세심하게 어루만져 수정에 필요한 꽃가루를 묻혀주듯이

내 존재를 더 깊은 차원으로 이끌어줍니다.

내가 살도록 되어 있는 삶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돕습니다.

그렇게 좋은 책은 존재를 숙성시키는 자궁이자 자신의 세상을 열어주는 산도가 되어줍니다.


물론 책만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막 여행을 결심한 초보 여행자에게 책만큼 '가성비' 좋은 가이드가 있을까 싶습니다.

어디서 뭣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서점에 가보기를 권합니다.

천천히 둘러보다 가슴에 쏙 들어오는 한 권을 만날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출발입니다.

그 다음은 당신을 매료시킨 그 작가가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 시작할 수 있다면 후회하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 자신의 여행이 될테니까요.


파란색 일러스트 학교 입학 설명회 일정 포스터 (인스타그램 게시물) (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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