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반드시 그 산 넘어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고, 설거지를 하고 매트를 폅니다.

by 아난다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것은 내가 즐겨 쓰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즉흥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때때로 살아지는 대로 마음이 흐르는 대로 반응하는 것이
더할 수 없는 자유로움이지만
그것 때문에 나의 내면의 규율과 북소리가 꺼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그런 것이다.
프로가 되려면 오래해야 한다.
오랜 집중과 반복되는 훈련을 거쳐야 한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역을 고르라는 것이다.
좋아하므로 그 길고 오랜 여정을 견딜 수 있고,
그리하여 고된 수련이 주는
깊어지는 숙성의 기쁨을 얻으리라는 것이다.

프로가 되는 훈련은 그 길 앞에 놓인 크고 작은 산들을 넘는 것이다.
어느 날 절벽처럼 나타난 바위벽 앞에 서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정신은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뜻을 세운 사람은 그 바위벽을 타 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 어려움을 넘어서면 그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올라올 때의 괴로움이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절망적 용기로 전환된다.

너는 '절망적 용기'라는 이 기묘한 말의 뜻을 알겠느냐?

그것은 마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무엇이 나를 기다리더라도
나는 모든 장애를 물리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내가 선택한 길을 따라 언덕과 험준한 장애를 넘어갈수록
나는 내 길에서 물러설 수 없게 된다.
나는 나의 영웅이 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용기를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프로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중에서


프로는 '반드시 그 산을 넘어야 할 이유'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도로 전체가 주차장처럼 느껴지는 명절의 체증 속에서도 고향집에 도착하고야 마는 것은

꼭 만나야할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들이로 차를 몰고 나왔다 체증을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떠올리면 그 차이가 더 선명해집니다.


반드시 넘어야 할 그 산.

저에게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엄마'라는 역할이었지요.

낯설고 두려워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싶은 굴레였지만,

삶 밖으로까지 도망친다한들 그 '역할'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 역시 너무나 자명했습니다.

이것은 사회, 문화적 억압이나 당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저 자신이 그리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던 거죠.


이 자각이 깨어나고 나자

'그렇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로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프로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실험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프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엄마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바로 선다는 말과 정확히 같은 의미라는 것을.


그리고 나자 저를 숨막히게 하던 엄마로서의 루틴들이 고마운 수련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시 엄마로서, 인간으로서 기운을 내기 위해 시작했던 또 다른 수련들들을 통해

'수련'의 가치와 방법을 체득하게 되면서 두 현장의 수련은 시너지를 더해갔습니다.


그렇게 1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제게 '살고 싶은 대로 산다'는

매일 매일 주어진 수련 속에 머문다와 정확히 같은 의미가 되었습니다.

내면의 북소리에 맞춰 수련을 하는 것보다 더 짜릿한 자유를 알지 못합니다.


도저히 피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절망적 용기에서 비롯된 선택이

이런 희열로 이어질 줄 알았더라면 훨씬 더 거침없이 삶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유일한 후회의 영역입니다.


아니 앞으로도 수시로 찾아올 무거움이니

이런 안타까운 무거움에 휘청거릴 저를 다독여 품어내는 것은 여전히 제 수련의 핵심 목표입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냐구요?

그럼요.

이젠 완전히 알거든요.

수련에 임한다는 것 자체가 그 무엇보다 분명하게 그 순간

제게 꼭 필요한 그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고, 설거지를 하고 매트를 폅니다.

하다보니 여유가 생긴 덕분이겠지요.

언젠가부터 제 옆에 당신의 자리도 마련해 둡니다. ^^


파란색 일러스트 학교 입학 설명회 일정 포스터 (인스타그램 게시물) (3).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9도에서 끊지 않는 물을 섭섭해하는 불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