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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Dec 12. 2023

노인과 풋살(Feat. 지하철)

노인과 바다 말고


지하철에 타시는 어르신들 중 몇몇 분들은 풋살을 배워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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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든 노인들을 ‘어르신’으로 여기고 공경하려 한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육체적으로 노쇠해진 또 다른 인간에 대한 배려이다. 나아가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했을 것이라는 믿음 또는 현재도 관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라는 존경심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도 언젠간 노인이 된다. 따라서 이 공경이라는 무형의 가치는 미래에 내게 돌아올 연금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젠틀하시고 품격이 있으시다. 여유가 느껴지는 멋쟁이분들도 있다.


다만, 종종 어떤 노인분들은 그저 나이만 많은 인간처럼 행동하’ 실’ 때가 있는데, ‘이게 맞나?’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밀치고 들어오신다. 적외선 카메라로 행동 자체만 분석하면, 이동이 아닌 공격으로 보일 것 같다. 양 끝 쪽에 있는 노약자석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내가 전혀 모르는 그들만의 팽팽한 신경전이나 눈치게임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관절도 안 좋으시고 다리도 아프셔서, 또 행선지가 머셔서 그러시는 거겠지만.. 가끔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지하철에서 유쾌함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불편함, 불쾌함을 감수할 준비를 하고 개찰구를 지난다.(택시 타던가ㅎㅎ) 하물며, 나는 그들이 밀치고 들어온다고 쉽게 밀리지 않는다. 공간을 창출하고 비킬 수 있는 힘이 있어, 비켜드릴 뿐이다. 다만, 체구가 작고 힘이 없는 ‘노인 아닌 사람들’이, 힘이 드센 노인분들께 저항 없이 치이는 것을 보니 짠하더라.


[FYI]

1.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대한민국의 고령자 비중은 20%에 달할 예정이다.

2. 한국철도공사는 객실 하나의 정원을 160명으로 산정하고 있다.

=> 좌석 54(7인 좌석 6개 + 3인 노약자석 4개) + 입석 106(12개짜리 손잡이 6개 입석 + 빈 공간 입석)

3. 교통약자법 제15조(도시철도의 이용 보장)에 따르면, 도시철도사업에 사용되는 차량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분을 교통약자 전용구역으로 배정해야 한다.

=> 현재 19명(7인 좌석 1개당 임산부석 1개 + 노약자석은 3석씩 4개)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임.

4. 혼잡구간은 실질 탑승률이 200%를 넘나 든다고 한다.(1 객실당 320명)

* 잠깐 검색한 거라 수치는 부정확할 수 있음.


아울러, 현재 각 량의 지하철 정원이 2025년까지 늘지 않을 것이라는 높은 확률과, 고령자 증가 추세를 고려했을 때, 일부 고령자분들의 자리 선점을 위한 진격 및 이로 인한 도미노식 물리적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리 선점을 위해 너무 과격한 움직임을 보이시는 분들만 따로 선별하여 추가 교육이 필요하며, 나는 그 수단으로 풋살을 꼽은 것이다. 역사 한쪽에서 풋살 1 Day class를 해도 좋겠다.


풋살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빈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다. 그들은 이것에 대해 정말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 근데 풋살은 축구처럼 어깨를 짚어 넣고 과격하게 몸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으니, 해당 부분을 체화시켜 드림이 어떨까 싶다.


기대효과는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으며 풋살선생님을 영입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또 많은 탑승객들이 지하철에서 불필요한 짜증을 갖지 않고 출퇴근하게 되면 업무 능률이 자연스레 올라가고, 중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증대, 장기적으로는 GDP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 다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근데 강남역 출퇴근 왜케 빡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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