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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Dec 08. 2023

무형의 가치(가사노동과 센스)



1. 가사노동 재평가


전통경제학은 돈으로 환산되는 노동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 주체의 역할과 가치를 강조해 왔다. 자연스럽게 가사노동은 시장에서 활동하는 노동과 직접적으로 매칭되지 않았기에 간과되었다.


한편, UN은 무보수로 이뤄지는 가정생산활동을 반영한 ‘가계생산계정’을 개발해 국민계정에 포함할 것을 각 국에 권장해 왔다. 이에 한국은 2021년 ‘무급 가사노동가치 평가’를 발표했으며,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490.9조 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명목 GDP 대비 25.5%에 달하는 수치다.

가사도우미 전문업체에서는 청소, 간병, 육아, 등하교, 김장, 출퇴근 등 세부적인 역할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입주 도우미는 월평균 350~400을 받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울 때, 남의 손 타는 걸 선호하지 않아 부모님이 봐주시는 것도 있지만 결국 비용이 높아서가 크다.(부모님 용돈은 평균 80만 원)

사실 가사노동은 애초에 무형으로 분류될 수 없는 서비스였지만, 시대가 변하고 인식이 바뀜에 따라 재평가받은 것뿐이다. 이밖에도 우리 주변에는 재평가가 필요한 무형의 가치들이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꽤나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시점이 도래할 것이다.


그중 ‘센스’라는 무형의 것이 가장 크게 재평가받지 않을까 싶다.


2. 한 끗이 센스(바 VS 포차)


호텔의 어느 유명한 바를 다녀왔었는데, 관리직급으로 보이는 매니저 처세가 아쉬웠다. 나와 동행자는 대화에 몰입해 있었고, 언뜻 봐도 술이 1/3 정도는 남아 있었는데, 깜빡이 없이 다가와, ‘추가 주문하시겠어요’ 하고 대화를 끊었다.

(돈 없어서 홀짝거리다가 검거된 것도 맞는데, 주문하고 채 30분이 안 지났다. )

테이블 당 일정 금액 이상 매출을 위해 판촉행위를 하는 것은 그분의 역할이다. 다만 센스 있는 사람이었으면 다르게 했을 텐데 아쉽다


동네 노가리 포차에 가서 생맥주 한 잔을 시켜도 썸녀랑 이어주는 사장님이 있는 반면, 격식 있게 차려입고 손님을 응대한들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주는 바가 있다. 생맥주 한 잔의 가격은 3,500원이었고 칵테일 한잔은 35,000이었다. 그 바를 굳이 찾아가지 않는 이유는 예쁘고 분위기 좋은 곳은 즐비하기 때문이며, 그 포차를 다시 찾아가는 이유는 센스 있는 사장님이 있는 가게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만 5번은 더 갔으며, 내가 추천해서 간 사람들이 소비한 것만 해도 최소 30만 원은 넘었을 것이다. 각자가 책정한 술 한잔의 가격은 10배였지만, 그들이 한 명의 소비자로부터 창출해 낸 가치는 역으로 10배 차이가 난다.


3. 센스라는 무형자산


기업의 재무제표는 자산, 부채, 자본을 골자로 하며, 자산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나뉜다. 건물, 공장 등이 유형에 해당하는 것이며, 브랜드, 상표, 영업권 등이 무형자산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집, 차라는 자산은 앞에 유형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을 뿐이다. 또 우리가 명명하지 않아 인지하지 않을 뿐, 지능, 선함, 배려, 친절, 끈기, 성실함, 센스 이런 자질들은 개인의 무형자산이다.


보이지 않는 소프트스킬(무형자산)은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니지만, 결코 유형자산에 비해 열 위 하지 않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의 1/4에 달하는 것으로 재평가를 받은 것처럼, 개인의 특정 자질, 그중 센스 역시도 측정하기 어려울 뿐이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


왜냐? 사실, 센스만 있어도 유형자산들을 일굴 수 있다. 레드오션에서도 남들과 다른 디테일을 만드는 게 실력이고, 그것은 센스로부터 비롯된다. 또 재야의 고수들은 센스 있는 당신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으며, 언제든 낚아 채기 위해, 또 함께 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앞으로는, 센스 있는 사람들이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센스 있는 사람들이 돈도 ‘더’ 벌 것이다. 생산성은 기계와 AI가 올리는 것이며, 어차피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 같은 건 거의 없다. 같은 제품, 같은 서비스도 한 끗 차이로 변형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던킨도넛, 크리스피 도넛의 아성을 노티드가 어떻게 뚫고 파이를 가져왔냐고? (아니 도넛을)


*겉보기에는 일관성 없는 경험을 해온 사람들이, 오히려 미친 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 ‘센스’는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무수한 경험으로부터 빚어진, 일관성 없음으로부터 완성된 것이니까


근데 내가 센스가 없는 게 논센스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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