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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Dec 20. 2023

증량 vs 감량

당신은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습니까?

살이 안 찌는 체질인 나는 살면서 식단이나 감량을 해본 경험이 없었다. 그저 살을 찌우기 위한 노력만 해봤을 뿐이다. 올해 상반기도 운동을 하며 고되게 10kg를 찌웠다.


근데, ‘엥? 살찌는 게 왜 힘들어? 부러워..’라는 여자들(어머니, 동생, 이모 등)이 생각보다 많아서, 짤막하게 끄적여보았다.


추가로, 바프라는 계기로 일생 처음으로 식단을 하면서, 체중을 줄이는 경험을 하다 보니, 증량의 고됨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감량과 저울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 다 다른 결로 힘들어서..


하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증량을 할 필요가 없다. 이건 멸치들끼리만 아는 고충이며, 우리끼리 토닥이며 고생한다고 위로해 주면 될 거 같다.



1. 증량 /벌크업


최소한 살을 찌우는 것과, 살이 찌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분별하자. 살을 찌우는 증량(벌크업)은 최대한 클린 하게 먹으며 골격근량을 증대시키고 체지방은 높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량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부상과 때로는 목숨을 담보로 무게를 치며, 하루 4~ 6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


운동보다 먹는 게 중요한데, 핵심은허기질 기미가 보이면 틈을 주지 않고 떼려 넣는 것이다. 나는 끼니를 포함해, 기상 이후 취침까지 2~3시간 간격으로 닭가슴살만 7개를 먹는다. 하루는 씹다 지쳐.. 다람쥐처럼 오른쪽 볼 안쪽으로 잠깐 옮겨두고 누웠는데, 깨어보니 아침이더라.


이걸로는 감량만 해본 사람들은 증량의 고충이 체감이 안 될 거 같아서, 밸런스게임 2개를 만들었다.(부디 고르기 어렵기를)



a.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나야 할 때 vs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은데 계속 누워있어야 할 때

b. 뽀뽀하고 싶은데 못할 때 vs 뽀뽀하기 싫은데 하자고 할 때



무엇이 더 힘드십니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두 질문 모두 전자를 택한다면… 뭐 따로 할 말은 없다.. 지나가셔도 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내가 누워있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누워 있고 싶지 않은데 누워있어야 되는 게,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데 일어날 때보다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 뽀뽀 자체는 좋을 수 있는데, 그걸 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해야 되는 경우가 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량에 접목시키면, 먹는 행위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먹기 싫은 상황에도 그걸 ‘먹어야 하는 상황’이 고되다는 거다.


반박은 일주일 뒤에 받는다. 다이어트 중이라 예민하다.



2. 감량/ 다이어트/식단


막상 식단을 지키며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인생이 무미건조해지고 우울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살면서 다이어트를 처음 해봤기에, 이 감정 역시 새롭다. 고해성사를 하나 하자면, 누군가가 다이어트를 1일 단위로 갱신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했을 때,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그럴 거면, 다이어트한다고 왜 말해?'라고 뱉은 적이 있다.


사과하고 싶다. 앞으로는 매 끼니를 먹고 나서 ‘이제 다이어트해야겠다’ 말하고 바로 디저트 먹으러 가도 용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지금 어떤 모종의 내기에 져서 바프를 찍게 되었고, 강제로 식단까지 하게 된 상황이 2주째 지속되고 있다. 빨리 다른 음식을 먹고 싶다.


퇴근길에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치킨집, 족발집, 삼겹살 집을 지난다. 매일매일이 마시멜로 실험의 연속이다. 어제는 후라이드 치킨집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우두커니 서서, 먹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이상 증세가 발현되기도 했다. 이걸 한 달 더하라고 한다면 장발장 빙의해 파리바게트에서 빵 훔치다 잡혀 파출소에 끌려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증량도 분명 힘들고, 고되고, 힘들고 노력이 필요한데, 다이어트는 정신이상증세를 일으킨다. 힘들다. 다이어트 중에도 온전히 정신을 유지하는 사람은 성인군자다.




3. 상대를 이해한다는 정신 착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많이 들어봤다고 해서.. 혹은 오랜 시간 옆에서 지켜봐 왔다고 한들, 결국 직접 겪어 보지 않고 상대를 이해한다 것은 착각이며, 필연적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내게는 감량이 그랬고, 당신에게 증량이 그런 것처럼. 어쩌면… 정말 어쩌면 말이다. 머리로만 알던 것을, 직접 해보고 알게 됐을 때 느낀 전후의 차이는, 아예 몰랐던 것을 머리로만 알게 됐을 때의 차이보다 더 클지 모른다.




<시각화>


머리로도 모르는 것(0) —--> 머리로는 아는 것(10)-------------------------> 실제로 해본 것(100)


*머리로 아는 것(10) - 머리로도 모르는 것(0) = 10

*실제로 해본 것(100) - 머리로는 아는 것(10) = 90



그래서 때로는 내가 겪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위로보다, 어렴풋한 유사 경험을 바탕으로 손쉽게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리도 아니꼬웠던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남자는 여자가 되어 본 적 없고, 여자는 남자가 되어 본 적이 없다.


(LGBTQI 중, Transgender, 자신의 성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Questioning, 자신이 여성 및 남성 둘다에 해댱된다고 규정짓는 Intersex이신 분들은 논외로 하겠다)


그래서 나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각자 착각을 하고 있을 뿐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처럼, 그냥 다른 종(种)으로 받아들이는 게 어쩌면 현명하다. 그냥 따지지 말고, 초콜릿을 소지하고 다니다가, 여자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면 때 맞춰서 주자.


어쨌든, 나는 ‘이해한다’는 것이 상투적으로 쓸 때 보다, (그것을 해보지 않았는데) 마음을 담아 이해할수록 괴리가 커질 수 있다 생각한다. 아울러,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쟤 진짜 이해가 안 되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아니 ㅋ 그게 맞다고 화내지 말고 에너지를 다른 데 쓰라고.


내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련의 경험들을 복기하며 풀어내기까지.. 하물며 여전히 난 조금씩 변하고 있다. 난 당신의 경험과, 관계, 사건들을 모르며 지금도 변하고 있는 당신의 상황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이해한다는 착각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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