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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Dec 22. 2023

소셜미디어

영상 시청 줄이기

직장인이 되고부터는 시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한다기보다는, 시간이 남겨져 있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퇴근 후에는 뭔가를 하려고 해도, 집중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해서 그런 것 같다.



대개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이것저것 본다. 이를테면, 대서양에서 황새치가 시속 97킬로미터로 헤엄치는 다큐멘터리도 봤다가, <딱딱한 복숭아 vs 물렁한 복숭아> 과연 무엇이 나은가에 대한 토론을 한 시간이나 지켜보기도 하고, 벤 샤피로의 대담을 보며 잠깐 지적허영심도 같이 느껴 보다 보면... 눈과 손가락은 동분서주하다.



영상을 소비하는 게 어느덧 일상의 한 단면으로 자리 잡았지만, 침대에 누워 몇 시간씩 휴대폰만 빤히 쳐다보는 게 가끔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스스로 활자중독이라고 여길 정도로 독서에 친숙했던 나도, 막상 한 해 두 해 지나며 현실의 풍파도 맞고 과학기술이 가져다준 편리성에 젖어들다 보니, 독서의 즐거움이 현격히 줄었다.





한편, 특별했던 독서가 이제는 보통의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는.. 감정적인 토로는 차치하고, 삶에서 영상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생기는 문제(?)들이 있었다.



(그저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지'하고 치워버리기에는 말이다.)



이를테면, 대학 강단에서 봤다면 인생의 전환점이 될 법한 통찰력과 호소력을 겸비한 연설이 이제 발에 차고 넘쳐, 석학들이 통찰을 아무리 공유해 줘도 삶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고, 故정주영 회장님이나 조던피터슨 교수님께 쓴소리를 듣고 잠깐 각성하기도 하지만, 막상 내 삶을 변화시킬 추진력은 형편없다. 타인의 비판적 사고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지만, 내게 날 것이 주어졌을 때 주체가 되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떨어진 것 같다. 현대인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다양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이제는 그 ‘다양성'마저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한 권의 책을 소비했을 때 느끼는 파급력이나 깊이들과 잔상, 그때를 어렴풋이 반추해 보면, 지금 내가 얼마나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무뎌지고 얕아졌는지 알 수 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짧은 콘텐츠들로부터 오는 단발성 깨달음이나 자극들…)



결국 오늘의 기록도 다시 한번 '책도 읽고 글도 다시 쓰자!'라는 클리셰로부터 크게 벗어난 결론에 도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저… 독서의 당위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영상을 소비하는 비중을 낮추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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