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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Sep 14. 2024

자유..출산과 별풍


1. 몇몇의 건강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다 보면 삶은 단조로우면서 풍요로워진다. 그저 가끔 익숙한 패턴에 변주를 주며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곤 한다. 최근에는 오버워치 게임 BJ에게 별풍선을 쏴보았다.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어렴풋이나마 여캠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돼더라. 큰 품들이지 않고도 꽤나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2. 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로 집계됐다. 결혼마저 선택인 시대니,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그저, 저출산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마저 낮아진다고 오해하지는 않으려 한다. 아직은 그 감정이 가늠되지 않지만, 두 인간이 한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만큼 생경하고도 벅찬 일이 있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선배들은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자식이 웃는 걸 보면 녹아내린다고 하니, 참 좋긴한가 보다.


3. 그럼, 별풍과 출산을 비교하여 행복의 우위를 저울질하면 어떠할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등짝 한 대 맞고 꾸중받았을 궤변일 테니, 언뜻 보면 터무니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점점 더 존중되는 시대니, A라는 신혼부부의 출산이, B라는 싱글이 퇴근하고 쏘는 별풍선보다 더 행복한 행위라고 확언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각자 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더라도..


4.20대 초반 아노미상태에 있는 내게 자유의 사상적 토대가 되어준 것은, 밀의 자유론이었다. 매일 읽고 모서리 한 켠에 내 생각 몇 자 끄적이고 잠에 드는 것이 한 동안의 루틴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나의 자유,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나의 자유에 대한 경계는, 오롯이 내 판단에 의거한다.


최근에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새삼 느꼈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개별행위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누군가는 공원에서 앞구르기를 하며 나무 주변을 서성이며 독백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해변가에서 유희왕 카드 날리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전혀 침해하지 않았다.(물론 시선강탈함) 자연스럽게,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고 도의적으로도 지탄받지 않을 개인의 행위는 전적으로 불가침의 영역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더라.


5.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사회의 부분이라는 사실마저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로운 개별 행위들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차등되기 마련이다. 일례로, 결혼하고 애 낳은 친구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별풍선 후원한 나는 받을 게 없다. 집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튜버가 우리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가 크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아이 한 명을 낳는 행위가 다방면으로 우리 사회에 가지고 오는 가치가 훨씬 크다. 같은 자유를 행사하더라도, 사적인 영역에 머무를 때는 동등히 존중받을지언정, 사회에 미치는 파급은 다를 수밖에 없다.


6.일본의 시대상을 다룬 책 중에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이다. 주요 내용은, 젊은이들은 자신만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행복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사회,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아 국가 경쟁력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다. 이는 비단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진작에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유럽 각국에서도 포착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7.개인들의 행위는 아무래도 점점 더 다양해질 것 같고, 그 다름에 대해서도 관대해질 것이다. 사소한 취향부터, 삶의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마저도 말이다. 내가 애를 낳든, 별풍선 후원을 하든, 누가 나의 자유를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개인의 행위와 사회와의 관계성을 배제하는 자유에 대한 맹목적 존중이, 종국에는 개인의 행복 역시 와해되는 아이러니를 자아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사회의 연대의식이 약해지고,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는 방향성으로 가고 있으니, 요즘 이런저런 데이터들을 보면 리얼.. 피크아웃코리아인가 싶다


뭐든 흔해지면, 값어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유를 좇고 열렬한 개인주의자를 자처하며 살아가다 보면, 자유가 발에 치인다. 그럼,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의 자유보다는 다시금 관계, 규범 등 안온함 속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유약한 인간을 목도하게 된다.


8. 물론 그러다 자유가 지겨워지면 유부남에게 연락하면 된다. 그럼, 다시금 나의 시공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만연한 자유의 값어치를 다시 책정하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의 행복의 퀄리티가 좋다고 생각한다...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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