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득, 오늘 좋은 일이 있거나 퇴근길에 날씨가 너무 좋고, 전날 잠을 잘 잤거나 별 이유 없이 유별나게 기분이 좋은 날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와 맛있는 것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때도, 그 행복을 만끽하면서도 그 순간을 표출하고 무언가 기록을 남겨야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괜스레 본인의 감정에 도취되어, 그 감정을 유난스럽게 표출하고 싶기도 하다.
2.
기분이 좋으면, 좋은 게 좋은 거가 된다. 누워있어서 좋고, 배가 불러서 좋고, 함께 놀아서 좋고, 편해서 좋고, 누군가 칭찬을 해줘서 좋고, 날씨가 좋아서 마냥 좋다. 이 ‘좋음’을 촉발시킨 것은 서로 다르지만, 어쨌든 감정의 결과물을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상이한 감정들을 획일화시켜도 딱히 반감이 들지 않는다. 기분이 좋고, 즐겁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글로 굳이 세세하게 풀어내려는 동기도 크지 않다. 그래서 글의 소재는 ‘좋음’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3. 글의 소재는 ‘나쁨’을 다루게 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 감정을 부유하는 머릿속의 사고로 방치하지 않고, 해부를 해보면 실제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면, 나쁜 게 나쁜 거다라고 퉁쳐지지 않는다. 잠을 자지 못해서 컨디션이 나쁘고, 배가 고파서 기분이 좋지 않고,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해서 기분이 나쁘고, 쇼핑몰에서 산 옷이 사진과 많이 달라서 반품을 하는 게 짜증이 나고, 잔뜩 꾸미고 나갔는데 누군가 외모를 지적하면 상처가 되고, 여행을 갔는데 비가 오면 속상하다.
이 ‘나쁨’이라는 저마다 꽤나 상이해서, ‘좋음’과는 다르게 누군가 그 나쁨을 일원화해서 퉁 쳐버리면, 반감이 든다. 전후맥락과 나의 개별 상황을 모르는데, 나쁜 게 나쁜 게 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래서 나쁜 게 나쁜 거다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고, 입에도 붙지 않으며 귀에도 거슬린다. 그래서, ‘원래 나쁜 게 나쁜 거’라고 퉁쳐지면 나의 개별 아픔이 굉장히 보편적인 아픔일지라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3.
좋은 건 좋은 게 된다
나쁜 건 나쁜 게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