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HUG라는 이름으로 조금 더 익숙한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24년 11월 말에, 7천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음.
1. 신종자본증권
-신종자본증권이라는 단어는 꽤나 생소함. 사실 금융업에 종사하더라도, 신종자본증권의 발행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실무나 투자를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임. 유난히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범용성 있는 빈번한 자금 조달 수단은 아니기 때문임. 신종에 방점을 두고 해석하면 '새로운 종류'의 증권이라는 것이며, 채권과 주식의 성격이 공존한다고 보면 됨. 결국 이 혼종을 발행하는 이유는, 자본인정을 받기 위해서인데.. 여러모로 제한이 있거나 특정 시점에 증자하기에 제약이 있지만, 자본 확충이 꼭 필요한 상황에 직면한, 상당한 곤경에 빠진 회사들의 조달 방식이라고 보면 됨. 혹은 금융사들이 BIS 자본비율 등 재무구조 때문에 발행함.
-보통주가 아닌 증권들의 자본인정이라는 게, 증권의 구조, 계약조건 및 평가 주체에 따라 기준이 상이하지만, 사실 상환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가 관건이라, 복잡해 보이지만 직관적임. 마찬가지로, 자본인정을 받으려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에도, 결국 상환의무가 채권자에게 없기에 자본인정을 받는 것임. 근데 바로 모순된 말을 하면, 신종자본증권의 상환의무는 채무자인 발행사에게 있음.
-신종자본증권은 통상 만기를 30년 정도 길게 두고 발행하는데, 만기가 긴 것은 차치하고 발행회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연장할 수도 있고, 이자 지급도 유예할 수 있음. 내가 당신에게 돈을 빌려 줄 때, 1년 뒤 돌려받기로 약속하면서, 당신에게 1년씩 무기한 연장할 수 있는 권리도 같이 주기로 약속했다고 생각해 보면 됨. 결국 그럼 '돈 안 갚아도 된다는 말이랑 크게 다를 바 없잖아?'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자연스러움. 상환의무가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없는, 마치 어폐... 같은 구조가 됨.
-언뜻 듣기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증권 구조가 실현 가능한 이유는, 그저 업계의 관행 때문임. 가끔 보면 법보다 관행이 강제력이 있을 때가 있음.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자(투자자)는 발행사에게 상환을 요청할 풋옵션을 가질 수 없으며, 발행사만이 증권을 되사갈 콜옵션을 가지는데, 관행적으로, 콜옵션 첫 번째 행사 시점에 발행사가 조기상환청구를 행사하게끔 함으로써, 실질적인 만기를 가짐.(cf. 2022년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관련 기사 참고) 비로소, 이러한 증권의 형태로 누군가는 자본조달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투자를 하게 되는 나름의 순환 갖게 되는 것.
2.HUG
-HUG의 자본시장에 자금조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신종자본증권이라는 수단을 채택한 것은 그 나름의 불가피함이 있었음. 최근 몇 년 동안 뉴스에서 간간히 보게 되는 전세사기와도 연결됨. 전세사기 규모/건수의 급증으로, HUG의 보증사고 및 대위변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예상을 훌쩍 상회하는 자금이 유출됨. HUG는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대위변제 해주지만, 해당 집은 추후에 경매 처분 등을 해서 회수해야 됨. 경매 등을 통한 채권 회수에는 시일이 꽤 소요되어 시차가 발생하는 반면, 대위변제의 경우 즉시 이행되어 비용은 바로 인식됨. HUG는 2022년에는 1259억 원, 2023년에는 약 4조 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였고 2024년도 3분기 기준으로도 약 2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함. 일단 돈은 계속 비용이 되어 나가지만 들어올 돈의 규모와 시점을 불투명하니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음.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어느 회사도 손실이 누적되면 사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 망하기도 함. 근데 HUG와 같은 곳은 비단 경영상의 어려움 외에도, 공공기관의 성격상 바로 피해가 다른 주체(개인 등)에게 전가되는 구조임. 왜냐하면 누적된 손실이 자기 자본 감소로 이어지고, 자기 자본 감소는 보증규모 축소로 직결되기 때문임. 주택도시기금법상 HUG의 보증 한도는 자기자본의 50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이었음. 이에, 주택도시기금법 등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해 보증한도를 점진적으로 상향시켰고, 현재는 2027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90배까지 확대하여 보증여력을 확보해 둠. 보증한도가 막히면 기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
-자본확충을 위해서도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음. HUG의 최대주주는 국토부인데, 2021년부터 몇 차례에 국토부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출자를 받았고, 24년 3월 경에는 국토부가 보유한 4조 원 규모의 한국도로공사 주식까지 현물출자받게 됨. 이 일련의 자본확충 과정이, 24년 11월 자본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까지 이어진 것. 보수적으로 HUG의 24년 3분기 적자를 단순 연환산 했을 때, (자본이 줄어드니) 보증배수가 90배를 넘게 됐으나,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분을 감안하면 77배 수준으로, 결국 90배를 하회하게 되고 한숨 돌린 듯.
-나도 HUG 통해서 대위변제를 받았고 공교롭게도 HUG의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확충 의사결정과 개연성을 갖게 됨..
3. 금융
-올해(2025년)부터 고등학교에 금융과 경제활동이 선택과목으로 신설된다고 함. 고무적임.
-금융에 대한 이해도는 사회현상이나 사건사고에 대한 해석력으로 직결됨. 해석력은 분별력으로 이어지고, 이는 올바른 결정으로 이어짐. 금융을 잘 이해한다고 꼭 잘 먹고 잘 사는 건 아니지만, 모르면 부지불식간에 인생 난이도가 조금씩 올라가긴 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