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들에 대한 비망록
밤 10시(미국), 아침 9시(한국), 24시간(크립토) 계좌가 녹고 있다. 모든 것을 초월하고, 이제는 제3인칭 관찰자시점에서 장을 관찰하게 된다. 현재의 하락장에서 내가 헷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시장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추후에 더 나은 대응을 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뿐이다.
1.'Trump Put'의 부재
옵션 시장에서 'Put'은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Trump Put'이란, 트럼프 행정부가 주식 시장 하락 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방어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표현이다. (내가 100에 팔 수 있는 Put옵션을 갖고 있으면, 가격이 90이 되든 50이 되든 100에 팔 수 있음.)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관점에 대해 회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장을 보호하기보다는, '상승을 유도'하는 정책을 선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Put'보다는, 상승을 노리는 'Call'의 개념에 가깝다는 의미. 따라서 트럼프는, 사람들이 고통에 몸부림치 돼, 숨통은 붙여둔 상태에서 느지막이 등장해서, 관세 부과 철회, 법인세 인하 등을 단행하며 주식시장의 반등을 일으킬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는 행보를 보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영웅 놀이를 하기 위해 유혈이 낭자한 시장에 뒤늦게 나타나려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시장의 하락을 관망하며, Put은 할 수 없지만 call은 할 수 있다면, 미필적 고의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니, 최근 발언들을 보면, 고의가 다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2.
연이은 하락 차트만 보면 도저히 살아날갈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단편적인 사실들에 꽁무니 쫓으며 부랴부랴 양산되는 뉴스들 보면 정신건강이 더욱 악화되며 판단력만 흐려진다.
한 발자국 물러나 시각을 좀 넓혀보자. 연관 지어 생각해 볼 부분이 있는데..
트럼프는 미국의 국가부채와 재정 상황 때문에 10년물 국채금리가 낮아지길 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속적인 재정 적자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고 있으며, 높은 국채금리는 채무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채 규모는 한국이 GDP 대비 55% 수준이면 미국은 122% 수준) 특히, 향후 몇 년간 대규모 채무를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채금리 수준은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신규로 발행되는 국채 금리가 낮아지기 위해서는, 국채 유통금리가 낮아져야 한다. 투자자들은 기존 유통 국채의 시장 금리를 참고하여 경매로 입찰하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금리 수준이 지금처럼 높다면, 조달 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불어,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도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융 환경이 지금 보다 '긴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주식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시련'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장을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고 미장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할 정도로, 미국 주식은 너무 좋았다. 2024년 말 기준으로 미국 기업 신용스프레드가 20년 만에 가장 좁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투자심리가 강했고, 주가가 큰 폭 상승했지 않은가.
크레딧 스프레드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채권대비)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져야 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뚜렷하게 확대되고 이를 동반한 국채금리 하락,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난다면, 국채 금리는 떨어질 수 있으며 연준에서도 연준이 정책 전환을 고려하기에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은 2024년 기준으로 국채 총 발행 규모가 34조 달러를 초과했고, 연간 이자 비용만 1조 달러 이상이다. 국채 조달 금리가 4.5% → 3.5%로 낮아지면, 연간 이자 부담이 1조 달러당 100억 달러의 이자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3. 상기와 같은 전제를 하게 되면, '주식시장 하락의 끝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될까?'로 치환된다. 막연하게, 어림짐작으로나마 2024년 9월 정도의 금리 수준 3%중 후반... 까지 타겟하지 않을까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연이어 작년 9월 정도의 금리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라고 생각해 보자.
전혀 예상은 안 된다.
하지만, 특정 시점에 타겟하는 금리 수준에 도달하면 그제야, 유통금리의 충분한 하락폭이 수반됬기에, 주식 시장은 다시 반등하고 나스닥과 상관계수 0.88인 비트코인도 반등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4.
정확한 시점을 모른다고, 무용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차트만 보고 공포에 휩싸여, 투자한 회사를 무지성 매도는 하지 않게 된다.(아직까지는)
어차피 시장에는 숏, 롱, 옵션, 선물, 레버리지, 프로그램 매매 등 예상이라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포지션들이 얽히고설켜서, 특정 시점에 어떤 가격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수리적)으로 계산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특히,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네거티브 감마(negative gamma) 상태가 변동성을 키우는 메커니즘으로 자주 언급되는데... 옵션 감마 노출이 음수인 상태란, 시장의 주요 옵션 딜러들이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로 매도하고 상승할 때 추가 매수해야 하는 포지션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경우 작은 가격 변화에도 딜러들의 헤지 거래가 가격 움직임을 증폭시켜 시장 변동성이 평소보다 크게 확대된다. 하락장에 매도세 강화, 상승장에 매수세 강화는 비대칭적 현상이 나타나 변동성의 자기 증폭이 일어난다. 실제 S&P500 지수 옵션시장 등을 보면 변동성이 높아질 때 딜러들의 감마 포지션이 음수로 전환되고, 이때 시장 등락폭이 한층 커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5. 결국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투자심리 개선이나 각종 지표 발표 + 다양한 파생상품들이 맞물려서, 정신 나간 것처럼 오른다. 결국, Market risk는 걷힐 테고, 옥석만이 남는다. 괜찮은 회사, 좋은 회사라는 판단이 들면, 괜히 매매하지 않는 게 좋다. 하락분만큼의 고통이 수반되어야, 상승분이라는 과실을 따먹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아니 믿어야만 한다ㅠ
*매수매도 추천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