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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금융 투자

AI버블 논쟁, 결국은 유동성

토요일, 겨울

by Evan greene



1. AI 버블


주말을 맞이해 2026년 증권사 경제전망 리포트들을 이것저것 읽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무래도 [AI 버블과 Big Tech CAPEX 과열]이라는 담론에 대한 분석이었다. 요즘 유튜브 썸네일이나, 단편적인 기사 헤드라인만 보면, 폭락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는 소식들이 참 많아 보인다. 하지만, 비단, 오늘 읽은 리포트뿐만 아니라, 모든 롱폼 콘텐츠(영상 포함)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 결론은 담백하다.



-지금의 데이터만 놓고 보면 뚜렷이 버블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Big Tech의 재무 상태와 투자 여력도 아직은 건강하다.




이 지점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보려면, 사람들이 AI버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쉽게 인용하는 A. 2000년 닷컴버블 B.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사건을 비교해 보는 게 좋다.




A. 2000년 닷컴버블


NH투자증권(2025), 「못다 한 202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데이터들을 인용해 보면,


미국 GDP 대비 AI 투자 비중(약 1.5%)은 1995~96년 IT 투자 사이클 초입 구간과 비슷한 수준이며, 미국 유동성 안에서 주식 시가총액 비중 역시 2000년 버블 정점이 아니라 1997년 언저리 수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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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상기 지표를 토대로 닷컴버블과 대응해서 비교해 보면, 버블이 곧 터져서 주가 폭락이 임박한 닷컴버블 후반(1999~2000년)이라기보다, 초입부(95~96년)에 가깝다. 그저 닷컴버블의 한 단면을 비교하는 것이니, 차라리 버블의 서막이라고 보더라도, 현재의 조정이 과열의 꼭대기라고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B.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닷컴버블보다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2008년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기술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로부터 촉발되었다. 요약하면, 부동산 대출이 파생상품과 얽히면서, 자산가격 하락이 곧바로 금융시스템 위기로 삽시간에 번졌다. 반면 지금 AI 사이클에서 인용되는 주요 지표들을 보자.



마찬가지로, NH투자증권(2025), 「못다 한 202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 데이터들을 인용해 보면,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의 Capex/영업현금흐름 비율은 과거 TMT(IT·통신)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하던 시기(95~96년)와 비슷한 수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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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금융기업 전체를 보았을 때, 아직은 자금조달(차입)보다 자금운용(예치·투자)이 더 많은 순채권자 포지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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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AI버블은 레버리지로 키운 인위적 수요가 아니라, 현금흐름 기반에서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는 투자 사이클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다.


정리하면, 닷컴버블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과열된 측면은 분명 존재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부채로 인한 위험의 전이와는 분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잠정적인 결론은 이러하다.



“버블일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그 정점에 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일단 1차 필터에서, 지금까지의 숫자들은 대체로 양호하다. AI에 가장 적극적인 Big Tech들은 여전히 견조한 현금흐름을 만들고 있고, 투자 여력도 있지만, 그 투자를 과도한 레버리지로 땡겨 쓴 상태도 아니며, AI 인프라 투자가 GDP나 과거 IT 사이클과 비교했을 때 극단적인 수준까지 치솟지도 않았다.





2. AI



혹자는 AI가 실체가 있는가? 로부터 버블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정말로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지, 매출과 이익 구조를 바꾸고 있는지,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재편하고 있는지, 이와 더불어, AI가 촉발한 파급효과가 얼마나 넓게, 또 얼마나 빨리 퍼질 것인지에 대한 의심들을 바탕으로 한다.


아마도, 일반 시민이 생각하는 AI의 상용화는, 소프트웨어 관점에서는, 정신적으로 나의 번거로움을 없애주는 비서 같은 녀석을, 하드웨어 관점에서는, 육체적으로 나의 노동을 대체해줄 로봇을 쉽게 떠올릴 것이다.


'도대체 언제 되냐고?'


좋다. 좋은 접근이고 필요한 검증 방식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건 애널리스트 리포트나 현업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보더라도 명확한 답을 낼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아래 있는 모든 기업들이 전심전력을 다해 그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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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AI의 실체가 충분히 입증되었느냐?”라는 질문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검증될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분기나 내년 한 해만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따라서, AI 버블에 대한 논의는, 응당 매크로, 그중에서도 유동성으로 수렴해야 한다. 기업의 재무 상태와 기술의 가능성이 “AI 투자가 여전히 가능하고, 실현 가능하다"라고 외치고 있다면, AI 버블 여부를 가늠할 때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유동성이다.



'앞으로 돈이 얼마나 풀릴 것인지?'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 흐름을 용인할 것인지, 혹은 제어할 것인지 같은 문제말이다.



결국 버블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로 향한 유동성의 규모와 속도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기업이 아니라, 국가, 특히 미국의 통화/재정정책이 좌우한다는 말이다.




3. 매크로 –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그리고 유동성



유동성을 본다는 건 결국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보는 일이다.



3-1. 통화정책: 단기 경로는 불투명, 방향성은 ‘완만한 인하’


단기적으로는 12월 FOMC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번 회의에서 즉각적인 강한 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아니면 데이터를 더 보겠다는 식의 신중한 톤이 유지될지에 따라 시장의 단기 변동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길게 잡고 2026년까지 본다면, 인하에 대한 방향성은 견조하다.


금리 수준이 지금처럼 높은 상태로 영구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 기업과 가계, 정부 모두에게 이자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 성장률이 과거처럼 고속으로 회복되지 않는 환경에서 실질금리를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속도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인하라는 것이다.


아래 글을 참고해도 좋다.



2025년 12월 FOMC 금리 향방



여기에 NH투자증권(2025), 「못다 한 202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언급하듯, Fed의 보유자산은 2022년 이후 줄어들다가 이제 ‘적정 수준’에 거의 도달했고, 2026년부터는 다시 보유자산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QT(양적긴축)가 서서히 완화되거나 종료되는 국면에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와 유동성이 함께 회복되는 패턴이 과거에도 반복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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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통화 정책 측면에서 보자면, 유동성이 조금씩 풀리는 방향으로 구조가 짜여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3-2. 재정정책: 왜 모두가 빚을 늘리는가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 정부들이 하나같이 재정적자를 줄이기보다는, 계속해서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빚을 늘려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너무나 익숙한 이유들이지만 구조화해 보면 아래와 같다.



A. 인구 구조와 복지 지출 :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연금, 의료, 사회보장 지출은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를 증세로 해결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지인 적자를 감수하는 쪽을 택한다.


B.안보·산업 정책으로서의 재정 : 미국을 필두로 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는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패권 경쟁의 도구가 되었다. 곳간에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투자를 줄일 수가 없으니, 새로 돈을 찍을 수밖에 없다.


C.정치적 인센티브 : 긴축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고, 확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든다. 선거 주기에 맞춰 재정이 확장되는 경향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그래서 위기가 올 때마다 해법은 더 많은 재정이었다. 부채는 누적되며 꾸준히 올라간다.





4.


결국, 내가 느낀 결론은 이렇다.


4-1 기업 단에서 재무 데이터만 놓고 보면, AI 투자는 아직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고, AI의 실체와 파급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검증될 문제이다.


4-2 결국, AI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점점, 미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다. 그들이 돈을 푸는 한, 버블은 유지된다.


결국, 우리의 AI버블에 대한 질문은, AI 기업들이 아니라, 매크로-유동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은 돈을 풀 것이다. 이것은 투자자로서의 바람이나 소망이 아니라, 지난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귀납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관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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