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에이션의 기본은 미래의 실적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의 밸류에이션, Multiple은 어쩌면, 실적보다 ‘유동성’에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금리가 낮은, '돈이 싸고',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는 성장주들도 밸류를 후하게 받는다. 반대로 금리가 높고, 유동성이 마르는 시기에는 베타값이 큰 종목들은 주가가 힘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실적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접근이지만, 어쨌든 그 기업이 이 거대한 자본시장에 표류하는 하나의 돛단배라고 상정했을 때, 수면이 오를 것이냐 내릴것이냐, 지금이 어느 시점인지 판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지식들 바탕으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와 양적긴축(QT)에 대해 알아보자.
실적 중요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변화가 리스크 프리미엄, 변동성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자.
1. 왜 QE와 QT는 지금 더 중요해졌는가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단기 금리 조정을 통해 작동했다. 하지만 2008년, 2020년처럼 금리가 제로에 가까워지면 정책금리의 힘은 급격히 약해진다.
이때 등장한 것이 QE다. QE는 중앙은행이 장기 금리·유동성·위험자산 수요를 직접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QT는 그 반대 과정으로, 장기간 누적된 유동성을 회수해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시도다. 결국 둘은 오늘날 금융시장의 유동성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2. 투자자에게 진짜 중요한 QE의 핵심 작동 방식
QE를 단순히 “돈 찍어내기”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건 훨씬 구체적이다. QE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를 매입할 때 두 가지 변화가 발생한다.
A. 장기 금리 구조가 변한다
시장에 남아 있는 안전자산(장기채)의 공급이 줄어들며 금리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기 위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B. 비은행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밀려난다 (핵심 포인트)
QE의 진정한 포트폴리오 효과는 여기서 발생한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보험사 같은 비은행 투자자가 중앙은행(을 대리하는 프라이머리 딜러)에게 채권을 팔면 그들은 재투자해야 할 현금을 얻게 된다. 하지만 QE로 인해 안전자산 금리가 낮아져 있으므로, 이 자금은 자연스럽게 주식/회사채/부동산/사모,대체자산, 크립토 등과 같은 자산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QE 시기에 경기지표가 부진해도 자산가격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QE가 실물경제보다 먼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3. QT: QE의 역방향이지만 완전히 대칭적이지 않다
QT는 중앙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해서 자연 유출시키거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회수한다. 주지하듯, 2025년 12월 1일 3년반 만에 QT가 종료됐다.
하지만 그 시장효과는 QE보다 더 불안정하고 비선형적이다. 왜냐하면,
A. QT는 기간 프리미엄을 높이고 위험자산의 기초금리를 올린다
민간이 다시 장기채를 떠안아야 하므로 요구수익률이 오른다 → 장기금리 상승.
B. QT는 금융 시스템의 ‘배관(플러밍)’을 경직시킨다
QT는 은행 준비금 감소/레포시장 유동성 축소/국채시장 깊이 감소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다.시장 유동성은 공급이 줄 때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QT는 계획보다 빨리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
C. QT는 실물 펀더멘털보다 ‘리스크 선호’에 먼저 충격을 준다
즉, QE는 느리게 위험선호를 밀어 올리고, QT는 때때로 갑작스럽게 위험선호를 훼손한다. 이를 아는 투자자들은 QT 국면에 더욱 신중하기 마련이다.
4. 유동성 사이클이 자산군별 수익률을 결정하는 방식
전달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크로스애셋 영향이 명확해진다.
5. 투자자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신호들
시장은 현재 유동성보다 유동성 기대 경로를 더 민감하게 가격에 반영한다.
따라서 아래 지표들이 매우 중요하다
*중앙은행 대차대조표의 규모 변화(https://fred.stlouisfed.org/series/WALCL)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22년 부터 대차대조표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2월 1일에 종료됐으니 당분간 더 떨어지지 않겠
*은행 시스템 준비금 레벨(https://fred.stlouisfed.org/series/WRBWFRBL)
*레포시장·단기금융시장 스트레스(https://fred.stlouisfed.org/series/SOFR)
:레포시장 스트레스는 SOFR 급등으로 포착 가능. 최근에 급등했다가 다시 안정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음.
*기업 단기자금 조달 비용을 그래프로 바로 확인 가능Consumer Price Indices (CPIs, HICPs), COICOP 1999: Consumer Price Index: Total for United States (CPALTT01USM659N) | FRED | St. Louis Fed
*글로벌 달러 유동성 지표Assets: Central Bank Liquidity Swaps: Central Bank Liquidity Swaps: Wednesday Level (SWPT) | FRED | St. Louis Fed
:글로벌 달러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스왑라인 사용이 급증(2008년 과 2020년 참고)
이들은 경기나 실적보다 먼저 방향성을 알려주는 선행지표가 된다.
결론
QE와 QT는 이론적 도구가 아니라 현대 금융 사이클의 토대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 시장의 리스크 가격, 전통자산과 암호자산의 유동성 흐름까지 모두 이 두 가지 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예상해보는데 반드시 고려해야되는 중요한 팩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