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인문학 색채의 글을 쓰는 이유

by Evan greene

내가 소속된 조직의 업무 중에서 정신소모가 가장 크고, 품이 많이 드는 업무 중 하나가 '공시'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시는 틀리면 기업과 투자자에게 직/간접적으로 재산상의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최근에 타사 주니어가 업무처리 과정에서 실수를 했는데, 그로 인해 관련 기사도 났다. 간담이 서늘하고 남 일 같지 않아서 마음이 짠하다.



그래서 다들 기본적으로 평소에 냉정하고 직설적이다. (내 기준) 여기서 통용되는 가장 차가운 말이 ‘틀리지만 마’이다. 비단, 공시 뿐만 아니라..업무 전반이 숫자 베이스라 그렇다.



나 역시도 이 공간에서 글을 쓸 때는 삶의 의미나, 인간 자체에 관심 갖는 몽상가처럼 굴지만, 막상 회사에 가면 그들 보다 더한 사람이 될 때도 잦다. 날 그냥 감정 없는 로봇으로 보는 선배도 있다.



자본시장법...지배구조.. 파생상품..CB,BW, 공모,사모,증자,감자. 재무제표 현금흐름 바이오 2차전지.. 모든 것들을 캐치업하려다보면 뇌에 과부하가 걸리고 벽에 부딪힐 때도 많다.



유독 그런 업무들에 잠식되는 날에는, 퇴근하고 MBTI검사하면 T만 네 개 나온다.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배테랑 선배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서두에 명확히 제시하기를 원한다. 더듬는다 싶으면 바로 치고 들어온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하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2020,2021년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그 이면에서 기업금융을 하고 있던 우리는 과중한 업무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해를 보지 못하고 퇴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으며, 당일에 약속을 취소하는 일도 많아 관계도 많이 무너졌다. 애석한 것은 요즘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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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대체 인문학 색채의 글 왜 쓰냐고?


(여기서만큼은 두서없이 중언부언하며 말하고 싶어 미괄식으로 끌어봤다.)



이유는



1.내 근간이 인문학이기도 하거니와, 삶의 의미와 인간 자체에 대해 사유하고 쓰는 걸 즐김


2. 회사 - 극T / 인문학 글쓰기 - 극F => 균형을 이루려는 시도.



그나저나, 나 아직도 이 일을 사랑, 애정하는 것일까 권태기가 오긴 온 것 같다. 요즘 코딩을 배우는데 파이썬이 재밌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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