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van greene Oct 20. 2023

멘토 - 존경할 수 있는 어른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하기 전에는 잠깐이라도 고민을 한다. 당장 오늘점심 뭐 먹을지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 스스로 고민해도 선택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다. 그때는 물어보면 된다. 신형 아이폰을 살지 고민된다면, 쓰고 있는 사람에게, 바텐더를 해보고 싶다면, 바텐더에게, 증권사에 취직하고 싶으면 증권사 직원에게. 결혼을 언제쯤 할지 고민되면, 기혼자에게 물어보면 된다.


갤럭시 유저, 술집 사장님, 은행원, 미혼자에게 물어보면 되려 선택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단순한 예시들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는, 생각 이상으로 누구에게 물어보는지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어떻게 살지’와 같은 고민은 어차피 명확한 답이 없어서, 내 경험상 또래보다는 존경할 수 있는 어른(멘토 같은 존재)을 찾아가 물어보는 게 훨씬 낫다.


1.


여의도에 중,고,대학교선배님이 한 분 계신다. 신기한 인연이다. 대학 입학부터 만남을 이어오고 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분기에 한 번은 찾아뵙고 대화를 나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분은 술담배는 하지 않으시며, 책과 신문을 많이 읽으신다. 늘 약속 시간 15분 전에 와 계신다. 검소하게 다니시지만 진작 경제적 자유를 이루셨고, 나이는 작은 아버지뻘이지만 나보다 사회문화 트렌드를 빠삭하게 꿰고 계신다.


내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보통 많이 듣는다. 최근에는, 인생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챙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 주셨다. 확 와닿았다. 살다 보면 재미만 좇을 때도 있고, 의미에만 매몰될 때도 있는데, 재미만 좇다 보면 쉽게 허전해지고, 의미에만 치중하면 이내 따분해진다.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인생의 관건이다.


그분은 20,30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신다. 이미 충분히 노력했고,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그로부터 또 다른 기회비용은 발생하게 되니, 결국 인생의 모든 시기에 있는 그때만의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2.


며칠 전, 퇴근 후 군 복무할 때 모셨던 대대장님을 찾아뵀다. 기억 속 대대장님은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도 총명하고 날카롭고 예리한 분이셨다. 그래서 존경심이 근저에 깔려있지만 두려움도 있었기에 그분을 떠올리면 경외심이라는 감정이 주요했다. 전역한 지 3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미를 ‘요’ 자로 끝내는 게 쉽지 않았다. 대대장님, 잘 지내셨어ㅇ… 셨습니까?


대대장님은 어딜 가서든, 한 가지만 잘하라고 말씀 주셨다. 성실하든, 사교적이든, 능력이 출중하든, 배려를 잘하든, 단 한 가지만 탁월하게 잘하면 아무도 너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며, 어딜 가서든 쓰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 주셨다. 사실, 워런버핏이 젊었을 때는 괜히 주식으로 돈 벌려하지 말고, 한 가지만 잘하라고 했을 때는 별로 안 와닿았는데 대대장님이 말씀해 주시니까 좀 더 와닿는다.


대대장님께 슬럼프가 오면 무엇을 해야 되냐고 물었다. 대대장님은 운동과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하셨다. 사실 나도 답은 알고 있다. 근데 그냥 그분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을 뿐.


3.

힘든 일이나 문제가 있을 때는,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게 좋다. 위로는 다 해결되고 그때 마음 편히 받는 편이 낫다. (티발 나 씨다)  대체로 나는 또래보다는 존경하는 어른들을 찾아가는 편이다.


사실 그들이 명확한 정답을 제시해 줄 때도 있지만, a. 그들 역시도 그런 고민을 과거에 했었고, b. 그들 역시도 여전히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중심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의 스팩트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