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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Nov 15. 2023

오버워치와 타이탄의 도구


요즘 삶에 낙이 무엇이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오버워치라 답한다.


1.


오버워치는 내가 즐겨하는 컴퓨터 게임이다. 오버워치를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의 정도와 빈도를 취미의 척도로 삼는다면, 독서나 운동도 내게는 취미가 될 수 없다.


오버워치는 크게 1. 탱커 2. 딜러 3. 힐러로 나뉘고 5명이 한 팀이다. 탱커는 덩치 큰 녀석으로 선봉에 서서 팀을 이끌고, 딜러는 주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공격을 하고, 힐러는 탱커와 딜러의 체력을 채워준다.


2.


나는 힐러 중에 ‘아나’라는 영웅을 주로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서든어택, 건즈 등 FPS게임을 많이 했기 때문에 총으로 쏘고 맞추는 방식이 익숙하고 재밌다.


아나는 팀원에게 힐을 줄 때 저격총을 쓴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빠르고 쉽게 오버워치를 즐길 수 있는 영웅이었다. 참고로, 탱커/딜러/힐러 합산해서 오버워치의 영웅은 50개가 채 안 된다. 롤에 비해 굉장히 적다. 아나는 11명의 힐러 영웅 중 하나에 불과하다.


3.


근데 수많은 영웅 중에 아나만 고수하게 되면 숙련도가 올라가서 상대를 무참히 짓밟을 때도 있지만,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택도 없이 질 때가 많았다. 물론 내가 노쇄하고 뇌지컬이 부족해서 지는 것이 원인 중 하나는 분명하다.


근데 상당수의 패인은 내가 ‘아나’라는 영웅만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다른 영웅들을 기용하지 않아서이다. 5명이 팀이기 때문에 내가 힐러로서, 팀원들을 잘 서포트하기 위해서는, 아나 이외에 영웅들도 활용할 줄 알아야 게임이 수월해진다. 상대에, 얍삽하게 숨어있다가 나를 죽이는 딜러가 있으면 아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뚜벅뚜벅 걷다가 상대가 나타나면 발버둥 치고 저항해도 객사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잽싸게 도망칠 수 있는 기동력 있는 다른 힐러 영웅들을 택해야 된다.


4.


그러다 몇 달 전부터는 힐러 중에서도 다른 영웅들을 선택해서 플레이해 본다. ‘루시우, 키리코, 젠야타, 브리기테, 라이프 위버, 바티스타, 모이라.’ 이제 어느 정도 내 티어(골드;;)에서 중간 이상은 플레이를 하게 됐다. 힐러는 생존력과 포지션이 중요한데, 아나만 고집했을 때는 상대편에게 무기력하게 죽을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상대의 조합에 맞춰서 얍삽한 딜러가 내게 다가와도 적절히 대응을 하니, 우리 편에게 안정적으로 힐을 줄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승리가 늘어 갔고, 다양한 플레이를 하는 나도 게임을 더욱 즐기게 되었다. 박차를 가해, 힐러에만 국한되지 않고, 딜러, 탱커 중에서도 편하게 하는 영웅들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니 게임이 훨씬 더 재밌다.  상황과 상대의 조합에 맞춰서, 영웅을 변경하니 하나만 고수하는 것보다 이길 확률도 올라갔다. 가끔 더할 나위 없음을 느낀다. 진짜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같이 하는 친구가 대학원생이라 바빠서 자주는 못하지만 같이 통화하면서 하면 정말 재밌다.


5.

아나의 숙련도가 100이고, 다른 힐러 영웅을 했을 때의 숙련도가 50이더라도 조합에 따라 후자가 승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다. 근데 참 게임이 우리네 인생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상황이 있을 때 내가 선택지가 많고 능력이 있으면, 인생도 잘 풀리고 결과도 대체로 좋고 과정도 즐기며 살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뿐이라면, 상황이 맞아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한계를 체감하게 된다. 아무리 도전하고 열심히 해도 잘 안 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황에 맞춰서 다양한 영웅들을 기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나’만 할 때와 최소 10개 이상은 자유롭게 운용하는 지금의 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오버워치를 플레이하고 있다.


그럼 인생은 어떠한가. 나는 지금 몇 가지의 선택지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타이탄의 도구들을 모아아햐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단 오늘도 한 판 하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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