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의 낭만을 가득 담은 포토에세이
저 멀리 각자의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인 그 섬이 보였다. 섬은 20대 여인의 옷자락 같았고 젊은 청년의 웃음 같았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이섬은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었다. 삶은 시위를 놓은 화살과 같았고 문득 뒤돌아봤을 때 까마득히 청춘이 보였다.
남이섬은 남이섬다웠다
길은 하염없이 뻗어 있었고 저 너머 과거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저 끝은 아련했다.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기억이 내린다.
고요한 숲 속을 거닐어본다. 시원하고 탈일상적이다. 앞에 조그만 다람쥐가 왼쪽 나무에서 오른쪽 나무로 쪼르륵 뛰어간다. 나무 사이로 ‘숲~’이라는 소리를 내며 강바람이 밀려온다. 아.. 한가하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아이의 손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핸들을 잡은 아이의 손을 타고 올라가 보니 만면에 웃음을 띈 아이의 입꼬리가 보인다. 남자아이의 뒤쪽에는 작은 핸들을 잡은 가녀린 여자아이의 손이 보인다. 하늘거리는 옷과 찰랑이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슬그머니 미소를 띠며 남자아이를 사랑스럽게 지켜보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 둘은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둘의 발이 마치 한 명의 그것인 듯 같이 움직인다. 그들은 바람 속으로 추억을 간직하며 그렇게 내 곁을 지나간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한담을 나누고 있는 네명의 친구들이 있다. 멀리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하던 이야기는 끊어지고 말없이 네 명은 강을 바라본다. 흐른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는 가슴에 묻어두고, 한 공간 안에서 그들은 존재한다. 그들도 그렇게 내 곁을 지나간다.
남이섬을 걷다 보면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보는 것은 여행지의 또 다른 묘미이다. 그들과 나는 일말의 교류도 없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모두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교감한다.
10여분 정도 걸어서 당도한 곳엔 커다란 메타쉐콰이어들 사이로 하얀 전구들이 걸려 있었다. 하늘에서 등이 부유한다. 등은 계란같이 하얗고 탐스럽다.
등 하나에 사람 하나, 그렇게 그것들은 누군가의 소망을 담고 있다.
앞에 또 한 연인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젊었고 아름다웠으며 정다웠다. 푸른 녹음 사이로 그들은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켜 나갔다. 인연은 소중했고 찌든 삶은 그들을 살짝 비켜나가는 듯했다. 남이섬은 그렇게 연인들이 만들어가는 풍경이었다.
남이섬에서는 많은 관계들이 존재한다. 이 관계들은 남이섬을 통해 더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들은 매 순간 그들만의 겨울연가를 찍고 있었다.
그렇게 남이섬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남이섬의 저녁은 그 아름다운 관계들 위에 나긋하고도 강렬한 붉은 햇빛이 내리쬐면서 시작되었다. 그 아름다움은 너무나 아름다워 누구 하나 그 풍경을 입에 담는 이조차 없었다. 단지 마음에 간직할뿐이다. 그럼에도 풍경은 이미 차고 넘쳤다.
배편 때문에 걸음을 서둘렀다. 오후 8시 반이 되면 남이섬에서 나가는 배편이 끊긴다. 다음 날의 일정이 있었기에 하루 더 머물 수가 없었다. 이 아쉬운 풍경들은 아쉽게도 사진으로 담아놓고 길을 떠나야만 했다.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당도했다. 그때였다.
눈 앞에 대단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는 매우 광대하고도 아름다웠으며, 남이섬의 풍경에 종지부를 찍고 있었다. 얼른 카메라 가방을 풀고 카메라를 꺼냈다. 삼각대를 놓고 놓칠 수 없는 풍경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흐르는 구름을 찍고 싶었다. 장노출의 사진을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이섬의 일몰은 카메라에 담겼다.
구름의 흐름은 장대했으며 물살은 오래도록 열린 셔터 속에 묻혀버렸다.
삶과 자연은 이렇게 흘러만 가는데, 왜 우리는 멈추어 있으려 할까.
항상 머물지 않고 흐르는 자연에 몸을 맡기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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