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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수필]밥은 먹고 다니냐?

기승전밥으로 끝나는 어머니의 말에 담긴 의미



 한 달 전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끼니가 젤 중요하다 끼니는 거르지 말거래이. 물론 그날도 끼니를 거르고 믹스커피만 홀짝이며 일을 하고 있었다. 대체 어머니에게는 천리안이라도 달려있는 것인가. 어떻게 내가 밥을 안 먹고 다니는 것을 그리 잘 알까. 그러다가 일주일 전 어머니께 다시 전화가 왔다.      


“밥은 잘 먹었니? 잘 챙겨 먹어야 건강도 챙긴다.”     


 어머니와의 통화 레퍼토리는 아주 간결하고도 반복적이다. 우리는 아마 각자의 목소리를 녹음해 놓았다가 전화기 버튼을 누르곤 그대로 틀어주기만 해도 한편의 전화가 완성될 것이다. 밥 잘 먹었냐.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밥을 잘 챙겨 먹어야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해. 몸 아프고 나면 아무것도 소용없대이. 네, 네, 네 알았어요. 그럴게요.라고 대답하고 나면 전화가 끝난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는 대화. 하지만 꾹 하고 전화 끊는 소리가 나면 마음 한구석에 뭔가 미련이 남는 묵묵한 대화.     



 그런데 왜 이렇게 어머니와의 대화는 기승전밥으로 끝날까. 요즘이 한국전쟁처럼 아니면 새마을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70년대처럼 끼니를 못 먹는 시대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다가 문득 어머니께 전화를 해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기 전 망설여졌다. 전화를 걸면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안녕하세요는 너무 어색해. 무슨 남도 아니고.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이건 또 너무 연락 안 한 티가 나잖아. 오늘 뭐하고 지내셨어요? 내가 하루 일과를 물어보려고 연락한 건 아닌데... 생각하다 보니 가장 적당한 말이 떠올랐다.     


“식사는 하셨어요?”     


 그래 그 말은 참으로 적당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며 상대방을 당황시키는 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성의 없게 들리지도 않았다. 할 말은 가득한데 본론부터 꺼내기는 무겁고 딱히 다른 인사를 건넬 것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말이 그냥 허례허식으로 사용될 말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보통 인사를 나눌 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자고 일어나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랜만에 만나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통속적으로 사용되고 있긴 하다만 꼭 이 말이 형식적으로 쓰이는 말은 아니다. 요즘이야 의술이 발달되어 평균수명도 늘어나고, 사람이 그리 갑자기 죽는 경우도 드물지만 예전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밤 사이에도 원인모를 병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마을에 전염병이라도 돌라치면 그 일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송장이 되어 나가기도 했다. 그런 환경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인가. 게다가 헤어질 때 우리는 ‘안녕’이라고 외친다. 거기엔 비록 우리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다음에 만날 때까지 평안하게 잘 있고 또다시 반가운 얼굴로 만나자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형식적으로 하는 말에는 사실 하는 이의 따스한 마음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어머니의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말은 아마도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마음 너무 커서 말해버리면 다 큰 자식 부담스러워할테고, 세련되고 훌륭한 표현으로 하자니 세월의 흔적에 씻겨나간 기억력으로는 그마저도 잘 아니 된다. 하지만 이 보고 싶은 마음을 어이 전하랴. 단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이 한 가지뿐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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