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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수필] 멈추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대만에서 깨달음을 얻다




메모리 64기가. 

이번 대만 여행을 하며 촬영한 사진의 용량. 

사진 7장. 

이번 대만 여행을 하며 개인적으로 건진 사진의 수이다.




여행을 가기 전 다짐을 했다. 가장 대만스러운 사진들을 찍어 오겠노라고. 하지만 3박 4일의 일정 동안 미션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 예닐곱 장의 사진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단순한 일정의 기록이 아닌, 나만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건 단순한 장소적 기록들이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처음으로 가는 대만 여행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관광하듯 서둘러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갔던 지인은 처음 온 내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했고, 그 덕에 나는 입과 눈이 즐거운 수많은 여행지를 돌아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는 결코 만족하지 않았다.



 사진이란 건 그러하다. 멈추어 있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세상이 흘러가는 것들을 관찰해야지만 개인적인 시선을 얻을 수 있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 사람들의 걸음, 내리쬐는 햇살의 색감, 자동차의 매연 등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잠시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다.  



아마 내가 사진을 덜 찍게 된 시점은 자동차를 구매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매번 뚜벅이로 걸음을 옮기면 세상 만물이 피사체였다. 한걸음 한걸음마다 모두 찍고 싶은 것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그러다 자동차를 구매하고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담지 못했다. 목적지에 도달하여 그곳의 사진을 더 빨리 찍을 수 있었지만, 모든 과정에서 발생되는 결정적 순간들을 내내 놓치곤 했다. 그래서 사진은 머물러 있을 때 담을 수 있다.




 삶도 그러하다. 항상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는 삶이란 연료를 더 빠르게 소비한다. 삶을 만끽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모두 버리고, 삶을 의무적으로 만든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삶에서 본질적 아름다움은 베일에 쌓여버린다. 모두 달성하고 챙기면 돼. 하지만 나중에 들춰보면 뜨거운 햇볕에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순간’들은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소멸되어 버리고 만다. 우리는 왜 수많은 과거가 켜켜이 쌓인, 힘들게 달성한 ‘순간’들을 항상 버리고 있는가. 



 그래서 사진이든 삶이든 멈추어서야 한다. 멈춰 서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은 삶을 이어가는 원동력임을 알게 된다.



 대만에서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을 공개한다.



 

노인과마을.대만.2016

▶ 이제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 마을. 이 마을 전체를 보존해 대만은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 노인은 언제부터 이 마을에 살았을까.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식사.대만.2006

▶ 우리와는 다른 분위기의 식당. 대만의 '객가'라는 소수민족의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식사를 하고 있는 한 손님



 

횡단보도.대만.2016

▶ 대만은 오토바이가 즐비한다. 자동차 사이로 위태 위태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들은 간담을 서늘하게도 하지만 오토바이 위에 가족들이 모두 타고 있는 풍경은 흥미롭기도 하다. 





양립.대만.2016

▶ 대만은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여 신구의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화려한 것과 낡은 것들의 조화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이국적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발견.대만.2016

▶ 양쪽에 어마한 높이의 건물이 마주 보고 있다. 유리창이 가득한 한쪽의 건물 맞은편에는 유리창에 반사된 빛들이 가득히 그려져 있다. 이 빛은 밝음인가 아니면 빛의 그림자인가. 이것은 대만의 모습이며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꽃을파는여인.대만.2016


▶ 한 광장에서 꽃을 파는 여인. 작은 자전 거위에 밤새 정성스레 만들어온 수제 꽃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어떠한 감정이 담겨있을까. 대만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자전거의 꽃 파는 여인





정지.대만.2016

▶ 우리는 비로소 머물러 있을 때 보이기 시작한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우리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가.








ps. 대만은 앞으로도 자주 가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다가가면 더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질만한 곳입니다. 요즘 일들이 많아서 글을 올리기가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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