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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 수필] 남들이 찍지 않았던 사진을 찍는다는 것

대만 루체(루쓰이) 교회의 빛을 전달하다



 남들이 찍지 않았던  사진을 찍는 일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그것은 첫눈이 소복이 내린 골목길에 첫걸음을 내딛는 일과 같고, 우리가 각자의 인생을 온전히 걸고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 일과도 같다. 물론 셔터를 누르는 그 시간에는 이 설레임을 알 수 없다. 그때는 이 운명의 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셔터의 속삭임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얼마 전 대만 동해대학에 있는 '루체 교회'를 촬영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밤에. 차고 흘러넘치는 것이 야경 사진이지만 루체 성당의 야경은 특별했다. 귀국하여 루체 교회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보았지만 주경 사진만 있을 뿐 야경 사진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은 사람들에게 미처 알려지지 않고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들고, 많은 이들에게 이 빛을 전달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카메라를 들었다는 것은 
세상의 어떠한 시각(時刻)을 
시각(視覺)적 시(詩)로 
기록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체 교회. 대만. 2016

그것은 흡사 어느 원시 부족의 천막과도 같았고, 고적지에 있는 움집과도 같았다. 대학 캠퍼스에 위치해 있는 이 교회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이 날 빛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틈에서는 엄숙함과 따뜻함이 베어 나왔다. 





루체 교회의 독특한 점은 보는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건축물을 지은 이는 우리의 불완전한 시각을 이용하여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거대함과 경이로움에 걸음을 멈추고 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정면에서 보는 루체 교회는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피라미드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신비로웠고, 신에게 닿길 원하는 인간의 마음이 표현되어 있었다. 한국의 기와의 고운 선과는 또 다른 매끈하고 웅대한 선의 미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루체교회. 대만. 2016

루체 교회의 벽면은 밤이 되면 사람들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옆에서 비치는 조명들로 사람들은 각자의 깜냥을 성당에 비추며 추억을 기록하곤 한다. 기록된 추억들은 빛과 함께 방문한 이들의 마음속에 투영될 것이다.





  

루체교회의 내부. 대만. 2016

교회의 내부 역시 외부만큼이나 장관이었다. 천장은 인간의 미약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에 말을 잃고 묵묵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저 멀리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먼 곳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성가 연습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교회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완벽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성가대의 목소리는 공간을 울리고, 마음을 울렸다. 이 목소리의 근원과 이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의 마음과, 밖에서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은 모두 한 마음일 것이다.





루체교회 앞의 트리.대만.2016


이렇게 경이로운 기록의 순간이 끝이 났다. 카메라를 들었다는 것은 세상의 어떠한 시각(時刻)을  시각(視覺)적 시(詩)'로 기록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의 카메라는 어떤 시를 읊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ps1. 대만 관련 사진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따뜻한 글과 사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ps2. 대만은 한자어로 교당(敎堂)이라는 표현을 교회와 성당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이드에게 물어봤을때 루체성당이라는 말을 들어 루체성당이라 표현하였으나, 추후 검증을 거쳐 루체 교회로 수정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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