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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수필] 브런치 작가를 할까 등단을 할까

문학을 잃어버린 사회


며칠 전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000 문예지 편집장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오라 얼마 전 공모하셨던 신인작가 공모전에 뽑히셨습니다."

 어안이 벙벙했다. 얼마 전 한 문학공모 사이트에서 신인작가 공모를 하는 계간지가 있어 글 두 편을 넣었었지만 이렇게 덜컥 공모에 당첨이 될지는 몰랐다.


 "아 그러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네 등단을 하시게 되고, 기성 작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바닥에서 1미터 정도 팔짝 점프를 하고 싶었지만, 병원이라 다행히도 그럴 수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말을 꺼냈다.


 "아 네 그렇군요. 그럼 이제 전 무얼 해야 할까요?"

 "원고지 3매 정도의 당선소감과 약력을 좀 보내주시면 됩니다."

 "네."


 그런데 그다음 말이 조금 이상했다.


 "그리고 저희 문예지 정책상 등단을 하기 위해서는 평생 구독 가입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송구스럽지만 아무래도 문예지가 돈이 안되다 보니..."

 "네 알겠습니다. 생각해보고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나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평생 구독이라.. 그리 큰돈도 아니었다. 하지만 께름칙하였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문예지 등단'이라고 검색을 하니 꽤나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다. 요즘 문학계가 썩었다느니 등단을 가지고 장사를 하려 한다느니 등등의 이야기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예지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연명해 나가는 듯했다. 이런 현실은 일부 문예지들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전체 문학계의 문제였다. 하지만 이 문제가 결코 단순히 돈에 눈이 먼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그 뒤에는 문학이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거대한 껍데기만을 짊어지고 있는 사회가 있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은 기술밖에 없었다. 더 잘 쓰이고 잘 이용당하도록 기름칠되어 있는 젊은 영혼들. 사회는 아마 그네들이 필요한 것일 게다. 토익 만점과 각종 자격증과 성적은 기술력 유무를 떠나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의 기준일뿐이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시킨 것들을 잘 이수해 왔다는 것은 향후 우리 회사에서도 충분한 복종 할 수 있다는 보증수표일 테니까. 이런 시스템에서 문학은 필요가 없다. 그렇게 문학은 죽어갔고 교회가 면죄부를 팔았듯, 등단을 팔아 책을 판다.


 슬픈 사회다. 지인은 자기는 매번 공모하지만 그마저 안된다고 부러워했지만, 과연 등단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문학계에선 등단을 팔고, 사진계에서는 작가증을 판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사고 무엇을 팔아야 하는가. 


 결국 등단을 포기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등단이 아니다. 숨을 들이쉬듯 글을 쓰고, 내뱉듯 글을 읽는다. 우리는 호흡하는 것과 같이 글을 쓰고 읽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리고 읽는다. 이것만큼 실질적인 글쓰기의 아름다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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