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미술관 관장의 숨겨진 작업실

아미 미술관에서 만난 인연

 


 차 속에서 지난밤 꿈이 떠올랐다. 평소에 꿈을 잘 기억하거나 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런데 어젯밤 누군가를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꿈을 꾸었다. 얼굴은 비록 그늘에 가려져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와 분위기만으로도 우리는 영혼이 따뜻했던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꿈을 깨고 나서도 여운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미술관을 가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 요즘 전시회나 미술관등을 다니기 좋은 날씨이긴 하지. 그러다 문득 기억 속에 있던 그곳이 떠올랐다.


 '아미 미술관'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몇 해 전 나는 그곳을 방문했다. 지인의 소개로 갔던 그곳은 꿈에서나 나올법한 곳이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진 그곳은 새하얀 색의 건물에 담쟁이넝쿨이 인상적인 몽환적 공간이었다. 삶에 지치게 되면 다시 한번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몽환적 상이 다시 맺혔다. 그곳을 가고 싶었다. 

 해가 찌뿌둥한 날이었다. 정확히 볕이 들거나 비가 완벽하게 내리지도 않았다. 전 세계 수백만의 호랑이와 여우가 백년가약을 맺는 그런 날이었다. 2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그곳은 몇 해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다만 방문객들이 조금 더 늘었고 전시된 목록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


    미술관은 아직도 건재했다


미술관은 아직도 건재했다. 따스함과 한가로움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고, 담쟁이넝쿨들은 뿌리부터 건물을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4월 초의 아미 미술관은 계절과 꽃이 경쟁을 하고 있었다. 요염하게 필락 말락 요령을 피우고 있는 꽃들에게 계절은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때가 되면 다 피겠지.



이곳저곳 둘러보며 촬영을 하고 있는데, 멋진 신사분 한분이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가까이 다가온다. 그러더니 툭 한마디 던진다. 


"잠깐 이리로 와봐."


따라가 보니 그간 자물쇠로 잠겨져 있던 비밀의 문. 자물쇠를 따고 낡은 나무문을 스윽 밀고 들어간다. 알고 보니 이 분은 미술관의 관장님. 


 "내가 쓰는 작업실인데, 이제 곧 작업실을 옮겨야 하거든... 사진 찍는 분이지? 여길 좀 감성적으로 담아줘 봐!"


 이 분을 만나기 위해 그런 꿈을 꾸었던가. 작업실은 환상의 공간이었다. 부러웠다. 예술가들은 항상 이런 작업실을 꿈꾸어온다. 그리고 작업실은 무척이나 낭만적이었다. 회화과를 나와서 현재 화가로 활동 중이신 관장님의 작업실에는 여러 그림들과 도구들이 있었다. 이러한 도구들은 작업실의 풍경을 그대로 완성시켜주고 있었다.




   이제 옮기고 나면 이곳은 사진 속에서만 기억될 것이다. 사진의 힘은 바로 이것이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당시의 감성, 기억, 추억을 사진가의 시선으로 담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진은 사실은 아닐지 몰라도 진실은 될 수 있다. 지금 이 시간 당신과 함께한 순간과 기억을 한 장에 담는다는 일. 너무나 멋진 일이 아닌가. 특히나 사진은 사진가의 시선에 따라 재단된다. 그것도 한 장으로. 그래서 영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래서 충분히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한 장에 무언가를 담는다는 것은 시를 쓰는 것과 같다. 세상을 시로 바꾸는 마술. 바로 사진이다.


  

 

 작업을 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미술가의 고뇌와 고독과 시간.. 그리고..



작업실 한편에는 낡은 흑백 사진이 있었다. 여기에는 어떠한 추억이 담겨있을까. 이 한 장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가 아무리 디지털로 바뀌어도 사진은 아날로그이다. 그리고 아날로그만의 맛이 있다. 




이렇게 나는 마지막 작업실의 광경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그것은 행운이었고,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전이었다. 다른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담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기록으로 시대의 흘러가는 역사로써 의미가 있다. 삶은 그렇게 또 기억되고 예술은 창조되어간다. <끝>





글/사진: hyeruu





 

매거진의 이전글 전통시장에서 보물을 찾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