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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구독자 9,000명의 의미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



 <글 쓰는 사진작가 혜류>의 브런치 구독자가 9,000명이 넘었다. 2016년 초 브런치라는 생소한 플랫폼을 접했을 때가 기억난다. 로고가 고급스러웠고 작가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장문의 글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다. 이로써 브런치는 온라인 시대 특히나 모바일 시대로 전환되며 통용되는 몇 가지 원칙 - 영상은 20초, 글은 5줄 이상을 넘어가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던지, 무조건 이미지, 영상 중심으로 가야지 텍스트 따위는 지금의 세상에 맞지 않는다 던 지 등- 을 깨버린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과연 사람들이 긴 글을 읽을까?


 처음 책을 내어야겠다고 주변에 말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은 비슷했다.


 "에이 요새 누가 책을 읽는다고 그래. 출판업 시장 망해가는 거 보면 몰라?"

 "그리고 요새 누가 그렇게 긴 글을 읽어. 짧은 글도 소화해 내기 힘든 바쁜 세상인데."


 나도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과연 그럴까. 하지만 나는 긴 글을 좋아하는데...



브런치를 통해 쓰는 이와 읽는 이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진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의 글 177개를 좋아하고 읽어주는 독자가 9,000명이나 생겼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긴 글을 좋아했다. 게다가 브런치에서 구독을 한다는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보통 블로그 등의 친구 신청과는 그 의미를 달리 한다. 구독을 하게 되면 글이 발행될 때마다 구독자의 핸드폰으로 푸시가 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기능이다. 이를 통해 쓰는 이와 읽는 이의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진다. 지금까지 쓰는 이와 읽는 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이렇게 가깝게 만들어준 매체가 있었던가. 자발적으로 구독을 하고 그 구독을 통해 읽는 이는 쓰는 이의 글을 기다리지 않고 받아볼 수 있다. 



아무리 세상이 디지털로 바뀐다 해도 책과 사진은 아날로그적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들이 종이 책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도 훌륭하다. 종이 책은 아날로그 적이다. 그 한 가지 사실 만으로도 종이책은 그 의미가 있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로 바뀌어도 아날로그 적인 것 두 개를 꼽으로면 사진과 책이다. 아무리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사진은 모니터 화면으로 보기보다는 인화를 해야 그 의미가 묻어난다. 또한 아무리 콘텐츠가 웹과 온라인에서 날아다녀도 종이책만의 감성이 있다. 미래학자들은 2022년 종이책이 사라질 거라고 예견했지만, 그것은 단순한 효율성을 염두에 둔 판단이다. 세상엔 우리에겐 필요치 않지만 또는 비효율적이지만 존속하는 것들이 많다. 그것은 고객들의 니즈(Needs)가 아니라 원츠(Wants)의 영역일 뿐이다. 



 나는 그 영역에서 종이책은 오래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 사각형의 하드웨어, 종이를 한 장 한 장 손가락으로 넘길 때의 그 느낌, 중요한 부분을 연필로 스윽 긋는 느낌, 책의 맨 뒷장을 넘겼을 때의 뿌듯한 그 느낌.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느낌. 낡아버린 책의 귀퉁이와 변색되어 버린 책의 아날로그적인 색감. 이러한 느낌은 아무리 전자책이 발달하더라도 느끼기 힘든 감성적 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이책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브런치는 이러한 것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읽히지 않는 글은 의미가 없다

 일 년간 글을 발행하면서 느낀 점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과 좋아하지 않는 글이 있다는 점이다. 더 재미난 점은 주관적으로 생각할 때 좋은 글이 꼭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그렇게 고심해서 쓴 글이 아닌 것들이 갑작스레 높은 공유수를 가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글의 트렌드와 사람들의 선호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이 정도로 즉각적으로 반응이 올 수 있는 플랫폼을 기존의 작가들이 활용한다면 고객들의 선호도를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할 듯하다. 만약 '대중들은 수준 높은 내 글을 이해할 수 없어' 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읽히지 않는 글이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1인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1년간 벌어진 일


 그래서인지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1년간 꽤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거의 매주 브런치, DAUM 포털, 카카오 채널 메인에 글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떤 루트로 이렇게 많은 메인에 글이 올라와 보겠는가. 에디터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또 모 잡지사에서 전문 필진 요청이 들어왔다. 관계자와 처음 통화했던 날이 생각난다. 브런치에서 글을 봤다고. 놀라웠다 브런치에서 글을 보고 연락이 오다니. 그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계속 글을 송고하고 있다.


 또한 요즘 들어, 나는 상대방을 알지 못하지만 나를 안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혜류>라는 아이디로 기억되는 오프라인 세상은 아직 생경하다. 며칠 전에도 어떤 모임에 나가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글 쓰는 사진작가 혜류>를 아는 이들이 꽤나 있었다. 감사할 일이다. 또 다른 모임에서는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꽤나 즐거운 일이고 관계를 확장시켜 주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제 '작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나는 로컬푸드(localfood) 직매장 및 문화기획을 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진과 글이 너무 좋아 지금은 두세 가지 직업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직책과 직업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중 나는 '작가'라고 불리 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은 항상 새로운 환희를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매일 글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한 해 동안 177개의 글을 썼고 평균적으로 한 달에 15편 정도의 글을 쓴 셈이다. 초고를 쓰고 수정을 몇 번 보고 탈고하는 것을 감안하면 2016년은 아마 매일 글을 쓰며 살았던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글을 읽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희망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없다라면 글쓰기는 꽤나 지루하고 따분한 작업이었을지 모른다.

 덕분에 2017년 초에는 한 문예지에 글을 냈고 등단 소식을 접하기도 했다. 물론 사정이 있어서 거절하긴 했지만 꾸준히 썼던 글을 통해 스스로를 인정받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준비하고 내려한다. 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한 관전 수필을 내 생애 첫 책으로 내볼까 한다. 브런치에 원고는 산재되어 있지만 앞으로 또 수많은 탈고 작업을 거쳐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2017년의 글쓰기는 매일매일 또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이런 말을 꼭 남기고 싶다.


글을 쓰면 인생이 달라진다

현재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는 9,000명에게는 무한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콘텐츠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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