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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찍는다는 것의 의미

인물사진은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사진은 피사체에 따라 분야가 나뉜다. 상품, 음식, 사람, 행사 등. 그중 사람은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피사체중 하나이다. 인물 사진은 사진을 넘어 그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장단점, 얼굴의 각도, 성격, 가치관등에 따라 사진은 변하기 때문이다. 고로 인물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상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런 연유로 안면 있는 이들은 찍기가 쉽다. 그러므로 가족사진은 가족 구성원들이 가장 잘 찍을 수 있다.


 그래서 생소한 타인을 찍을 때는 상대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을 뜯어보고, 커피를 같이 마셔보기도 한다. 어느 정도 파악한 뒤에는 어떠한 컨셉으로 촬영을 할 것인지 상대와 이야기를 나눈다. 컨셉을 가지고 온 이들도 있지만 없는 이들이 더 많다. 그럴 때는 그이와 잘 맞는 컨셉에 대해 이야기해보아야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을 찍는데 나는 꽤나 많은 사전 시간을 소모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반인들은 모델처럼 얼굴 근육과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다. 쉽사리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수많은 컷들을 찍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진다. 이렇게 찍다 보면 한 명의 사람을 찍는데 대략 2~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 10분 만에 찍는 프로필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도 그리 많이 받지도 않는다. 누군가 이런 나를 보고 상업 사진가로 돈 벌기는 글렀다고 했다. 하지만 교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진들은 스스로도 찍기 싫다. 그리고 교감을 맞춰 나가는 시간이 내겐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다.


 그래서 전문 모델보다는 일반인을 찍는 일이 즐겁다. 물론 어렵다. 어색한 포즈, 표현이 안 되는 얼굴 근육들. 하지만 그들과 서서히 마음을 맞춰가는 과정에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따스함이 있다. 이 따스한 부대낌이 좋다. 부대끼기 위해서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간다.   


전쟁 사진가로 유명한 <로버트 카파>는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만일 당신의 사진이 흡족하지 않다면,
그건 당신이 충분히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과의 거리에는 물리적, 심리적 거리가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올드한 이 사진가는 아마 포괄적인 의미로 이 명언을 남기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상대방을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내는 사람'으로만 인식할지 앞으로 나의 따뜻한 지인이 될 사람으로 인식할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다. 그런데 그냥 고객으로만 인정하기에 우리는 너무 외롭다. 사람에 목말라하고 사랑에 목말라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게 차가운 마음에서는 무엇이든 생동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난 카메라를 들었을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이라고 되뇌인다. 그리고 내 카메라 앞에 선 그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얼마 전 러시아 출신의 여성분들의 인물 사진을 촬영할 일이 있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웹 기술서에 들어갈 광고 사진이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다 보니 컨셉에 대해 설명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촬영을 하면서 꾸준히 피드백을 해주어야 했는데,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손짓 발짓 다해가며 의사소통을 했다. 하지만 100% 전달이 되지는 않았다. 단단한 벽이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듯했다. 2시간의 촬영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고, 종료는 했지만 소통하지 못한 마음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촬영을 끝내고 교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절감했던 하루였다.


참 힘들었던 사진이었다


 소소한 삶이다. 이 삶에서 무언가와의 교감마저 없다라면 얼마나 삭막할까 생각해 본다. 교감이 없는 일들은 앙꼬 없는 붕어빵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매번 알맹이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서. 


 이런 교감을 나눴던 사진들을 몇 장 공개한다


        




PS. 사용된 인물 사진들의 무단 사용 및 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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