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과 함께 떠나는 여름 여행-02

수덕 여관과 고암 이응노 생가터 02

by 혜류 신유안

<문화예술과 함께 떠나는 여름 여행>

1. 수덕여관과 고암 이응노 생가터-01

2. 수덕여관과 고암 이응노 생가터-02

3. 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떠나간 평창 이효석 문학관-01

4. 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떠나간 평창 이효석 문학관-02

5. 담양 죽녹원 대나무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6. 담양 메타쉐콰이어길에서 찾은 시원한 여름

7. 미정

8. 미정





생가터에 주차를 했다. 먹구름이 덧칠한 듯 매달려 있었다. 반투명한 하늘 덕에 세상은 금세 잿빛이 되었다. 제철 맞은 매미들이 울어재꼈다. 그것은 마치 나무들이 우는 듯했다. 더위에 못 이긴 나무들이 아우성치는 소리. 그렇게 날은 더웠다. 더위에 지친 귓전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곡지 일부를 말끔하게 잘라온 듯 했다


생가터 주변은 온통 녹색이었다. 한 곳을 제외하면... 생가터 오른쪽엔 하얀 손수건 기백장이 덮여있는 듯 연꽃이 피어 있었다. 그 옆에는 붉게 익은 홍련도 있었다. 연밭은 장관이었다. 연꽃의 명소 시흥의 관곡지 일부를 말끔하게 잘라온 듯했다. 연밭 사이로 나무다리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 둘과 엄마가 연밭을 배경으로 서 있었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핸드폰 카메라로 연신 가족들을 담았다. 연밭과 가족은 잘 어울렸다. 가족도 그러하고 연꽃도 그러하다. 그들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렇게 연밭은 아름다웠다.



왼쪽은 푸른 잔디로 덮여 있었다. 잔디의 푸르름 위로 작은 기념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언가 품고 내어주지 않는 고성 같았다. 기념관을 헤치고 연꽃을 헤치고 잔디를 헤치고 중앙을 걸었다. 걸음의 끝에 이응노 선생의 생가터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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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터는 단지 껍데기일 뿐이다


소박했다. 사족이 없었다. 더함이 없었고 필요 없는 것이 없었다. 깔끔하고 정갈했다. 작은 농가일 뿐이었다. 생가터들을 돌아보면 그러하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 같다. 사람이 없다면 생가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지 그것은 껍데기일 뿐이다. 거대하거나 혹은 초라한 껍데기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생가터는 지친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온기가 스며들며 공간은 다시 춤을 춘다

하지만 텅 빈 껍데기는 다른 이의 보금자리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의미로 이곳을 살리려는 이들이 있는 듯했다. 홍성에 사는 작가들은 그 누군가의 공간이었던 이 곳에서 활동을 한다. 영화를 상영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온기가 스며들며 공간은 다시 춤을 춘다.



생가터 너머로 기념관이 보인다. 기념관은 날카롭다. 선이 살아 있다. 차가운 유리창으로 덮여있다. 하지만 냉정한 인간의 창조물과 부드러운 자연의 피조물은 나름 잘 어울린다. 그렇게 날카로운 것과 부드러운 것은 어우러져 풍경을 연출한다.


예술은 그런것이 아니겠는가.
세상과 작가는 혼재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흡수되기도 한다


마침 기념관에서는 이응노의 집 개관 5주년 기념전 “새로운 세계와 리얼리즘”(~2017.8.31.)을 하고 있었다. 전시는 해방 이후부터 50년대까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었다. 고뇌하고 변화하고 고뇌하고 다시 변화되는. 작가의 정서와 고민은 많은 작품에 스며들어 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본인을 변화시켜갔다. 하지만 그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켰다. 예술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세상과 작가는 혼재되어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흡수되기도 한다. 예술과 삶은 그러한 것이라 감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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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고독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했을 뿐.
나는 남몰래 가벼운 마음으로 줄곧 그리고 또 그렸다.
땅위에, 담벼락에, 눈 위에, 검게 그을린 내 살갗에.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로 혹은 조약돌로.
-고암 이응노-



수덕여관을 들러 수덕사를 둘러보고 이응노 생가와 전시관을 둘러보는 데에는 대략 3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수덕사와 생가 모두 주차장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여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문학과 예술에 기대어 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까. 끝.





1부: https://brunch.co.kr/@brunchqxk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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