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발견한 엄청난 휴게소와 여행의 묘미

서울양양고속도로와 내린천휴게소

by 혜류 신유안



새로운 길은 언제나 설렌다. 이번에 개통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었다. 딱히 어디를 가려 했다기 보다는 새로운 길이 궁금했다. 목적지는 종종 바람 쐬러 가는 단골 여행지 ‘양양 낙산사’로 정했다. 그곳에 가면 높은 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어 마음이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맑은 금요일이었다. 하던 일을 끝내고 오후 2시쯤엔 출발해야지 계획을 잡았다. 이번에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대략 25km, 시간으로는 30여분 정도가 단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략 오후 5시 안으로 도착할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하던 일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원고 마감일이라 원고를 넘겨야 하는데, 2시를 훌쩍 넘겨도 글이 마감되지 않았다. 역시 글은 마음 편한 상태에서 제대로 나온다. 시간은 흘렀고 마음은 조급했다. 나중에는 그냥 1박 2일로 다녀오고자 마음 먹었다.


대략 출발 시간은 오후 4시. 예정보다 많이 늦어버린 덕에 오히려 느긋하게 출발했다. 양양고속도로로 네비게이션을 찍고 출발을 했다. 다행히도 차는 막히지 않았다. 다들 다른 곳으로 피서를 갔는지 고속도로는 한산했다. 이렇게 고마울때가. 강원도로 넘어가니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어찌 요즘은 이렇게 여행만 가면 비가 오고 날이 흐린지. 맑았던 하늘을 구경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이날 역시 하늘엔 점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각자에겐 여행의 스타일이란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려 하는 성격은 아니다. 여정의 즐거움을 믿기에 휴게소도 들르고, 지나가다 팻말을 보고 갑작스레 딴 길로 새어 새로운 곳을 구경도 하고 가는 편이다. 그래서 이동에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번 여행 역시 비도 오고 몸도 찌뿌둥하여 휴게소마다 들르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인제IC부근 내린천 휴게소에서 쉬게 되었다.



저녁 6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는데에도 하늘은 블루톤을 띄고 있었다. 먹구름이 치고 있는 장막을 빼면 말이다.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차를 세웠다. 그런데 생각보다 휴게소가 매우 크다. 이번에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곳인 듯 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띈 장소는 생태습지공원. 꽤나 넓은 부지를 차지 하고 있는 공원을 내려가니 공기부터 달랐다. 간단한 운동기구들도 있어 여행자들이 몸을 풀고 갈 수 있었다. 공기에서 차갑고도 신선한 느낌이 물씬 풍겨왔다.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 사이에서 공원은 청정지역이었다.



습지공원에서 올라오면 기하학적 모양의 휴게소 건물이 보인다. 휴게소 건물은 대략 3층 정도 되어 보이는데, 꼭대기에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올라가보고 싶었다. 계단을 찾았다. 저 곳에 올라가면 이곳의 경치가 전부 보일 거야.



올라가는 계단은 건물 안쪽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안쪽에 들어가니 뭐랄까 휴게소가 아니라 백화점이나 쇼핑몰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휴게소라고 하기에는 생소한데. 그래도 너무 새롭군. 붉은 조명들 사이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랐다. 에스컬레이터 위로 휘황찬란한 장식이 눈에 띄였다. 이제 휴게소 트랜드도 이런식으로 바뀌는것인가.





3층부터는 창으로 보이는 뷰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이걸 볼려고 강원도를 왔던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말 그대로 횡재였다. 로또는 못샀지만 스치듯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게 삶의 소소한 로또가 아닐까. 사방이 유리로 둘러쌓여 있었다. 유리 아래로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소소하게 놓여져 있었다. 사람들은 앉아서 밖의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풍경을 보면 카메라를 든 이들은 신이 난다.




생애 최초로 휴게소 풍경을 열심히 담기 시작했다. 여기 참 멋지네. 이국적인 풍경들을 담다보니, ‘백두 숨길관’이라는 곳이 있었다. 안에는 양양고속도로에 대한 설명들이 있어 그간 몰랐던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고속도로가 이렇게 뚫리면 국내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 같은 이들은 즐겁다. 이동 거리가 단축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신축 휴게소 때문이다. 보통 괜찮은 휴게소를 꼽으라면 덕평 자연휴게소나 행담도 휴게소등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내린천 휴게소의 경우 기존의 그것들과 형태나 레이아웃이 달라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게다가 대한민국 최초 도로위에 지어진 상공형 휴게소라니. 이런 즐거운 볼거리가 있다면 국내여행의 여정도 그리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내린천 휴게소의 저력은 바로 꼭대기 층에 있다. 4층에는 전망대와 길이 있는데 길에서는 하늘과 휴게소가 한 눈에 보인다. 공교롭게도 해질녘에 둘러본터라 내린천 휴게소 위로 붉은 노을이 내리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이란. 게다가 지리적으로 높은 곳이라 바람이 선선히 불어왔다. 가을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는 8월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인제 로컬푸드가 있어, 몇가지 물건을 산 뒤 출발했다.



양양 고속도로의 또 하나의 시각적 즐거움은 터널이었다. 고속도로 전반에 꽤나 많은 터널이 있다. 거의 터널 천국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인데, 터널 안쪽에는 여러 그림들이 그려져있다. 밤하늘, 우주, 해변등 지루하지 않는 시각 콘텐츠들이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을 듯 했다.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낙산사로 출발했다.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쏟아졌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렇게 비가 부슬거리면 참 애매하다. 비가 아예 많이 내리면 여행을 포기하고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비가 아주 조금만 내릴 경우에는 모자를 쓰고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어중간하게 내리기 시작하면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애매하다. 특히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에 보통 우의를 입고 다니는데, 여름 같은 경우에는 우의를 입고 다닐 경우 찜통더위의 위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었다. 낙산사에 당도. 하지만 휴가철이라 그런지 꽤나 많은 차들이 낙산사 정문에 줄을 서 있었다. 낙산사에 몇 번 왔던 경험을 살려 낙산사 후문 정류장으로 향했다. 후문은 정문에 비해 한가했다. 주섬주섬 우의를 챙겨 입고 문을 들어섰다.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올라가고 있었다. 매표소에 당도하자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나름 비가 오는 풍경도 멋스러웠다. 물론 등 뒤에서는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내리고 있었지만...

하지만 전체적으로 물안개가 많아 아쉬웠다. 낙산사는 엄청난 크기의 해수관음상, 탁트인 하늘과 내려다 보는 바다의 모습이 절경이다. 이 날은 물안개 덕에 제대로 보이는 곳이 없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자 더 이상 돌아다닐 수 없을 만큼 비가 왔다. 아쉬웠지만 오늘은 이만 하산해야 할 듯했다. 비록 멋진 풍경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



원래 여행지가 그러하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그들이 보여주는 묘미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은 좋다. 일상에서 비가 오거나 날씨가 맑아도 우리는 기억 속에 남을만한 추억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게 되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가까운 곳이라도 마실 다녀온다고 생각하고 한번쯤 집을 나서보자. 우리가 집을 나서는 순간 설레임이란 녀석을 반드시 동행하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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