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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찾은 행복

#1 동네를 담다(일산 서구 대화동 성저마을 편)


동네를 담는 일은 일상적입니다. 하지만 새로움은 일상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풍경 속에는 수많은 찰나의 순간들이 담겨 있습니다. 삶의 여유를 잊은 우리에겐 화려한 관광지보다 마음을 보듬어주는 동네의 풍경이 더 위로가 될지도 모릅니다.




▒ 일산 서구 대화동 성저마을 6단지 편


어느 동네나 자전거는 있습니다. 그들은 두 개의 바퀴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합니다. 빠르게 다니지 않아 더더욱 주변 풍경들을 잘 볼 수 있습니다. 느려서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음을 그들은 잘 압니다. 그래서 자전거가 많은 동네는 사람들도 느긋합니다. 그래서 동네 자전거의 개수는 그 동네의 속도일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학교가 많다 보니 학생들이 자전거를 많이 애용합니다. 그래서인지 낡은 트럭을 타고 다니며 자전거를 수리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요즘 잘 볼 수 없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트럭 위의 저 수많은 자전거들은 그 누구의 느림의 세계를 담고 있었을까요. 이제는 고철이 되어버렸지만 그 추억들은 모두 담고 있는 듯합니다. 여기 노란색 티를 입은 아이 한 명이 또 그 추억을 고치고 있습니다.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농산물유통센터 위쪽 하늘. 이 동네에서 지금 사진을 찍고 있는 이 각도에서는 매일매일 이렇게 멋진 노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관람료도 받지 않고 보여주는 이 멋진 광경에 항상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버스가 지나가고 횡단보도에서 길을 걷는데 왼쪽으로 카푸치노 같은 구름이 하늘을 채우고 있습니다. 몽실몽실 한번 만져보고 싶은 저 구름은 만질 수 없어서 더 예뻐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을 보고 있으니 카푸치노를 마시고 싶네요. 윗입술에 거품을 잔뜩 묻히고 눈을 감고 가만히 구름의 이동속도를 느끼고 싶습니다.





하늘이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영화에도 클라이맥스가 있듯이. 클라이맥스 다음에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거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 노을도 조금 지나면 어둠의 장막이 가려지고, 계절의 크레디트가 올라갈 것입니다. 하지만 풍경은 심야영화 같아서 또 다음 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거죠.




밤이 되니 먹구름이 밀려옵니다. 먹구름 덕에 하늘이 더 푸르러 보입니다. 밤하늘은 푸른 잔상을 담고 내일의 비 소식을 알려줍니다. 노을이 진한 다음 날은 비가 온다고 합니다. 우리는 비를 기다리는 달팽이처럼 비를 기다립니다.




올 것이 왔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송골송골. 물방울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세차게 치는 빗물이 유리에 스며들면서 카메라는 점점 감성 속으로 빠져가고 있습니다. 



 

성저마을은 비슷한 구조의 집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슷비슷. 처음에는 길을 헤매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다지 길을 잘 찾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의 것들을 조금씩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쪼르르 달려있는 빨간 우체통도 카메라로 담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오늘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녀 봅니다. 비가 오는 하늘은 하얗게 떠 보이지만 우산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있습니다. 별의 끝자락으로 비가 떨어집니다. 비가 오는 이 마을은 고요하고 아름답습니다. 단지 빗소리만 여기저기 울려 퍼질 뿐입니다.




비 오는 거리를 걷다 보니 비의 기운이 한풀 꺾이고 찰박거리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옵니다. 동네 한 바퀴의 위력은 바로 돌아오는 길에 있습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면 수많은 풍경과 만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이 바로 힐링이지요. 앞으로 여러분들께 수많은 동네의 풍경과 이야기들을 담아 선물하겠습니다.




카메라: Fuji x10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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