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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곳을 찾은 것은 축복이었다

#2 동네를 담다(충북 청원군 문의면 남계 2구 방죽골)




여행을 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축복의 장소들이 종종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그러합니다. 이 날은 충청북도에 있는 청남대(대통령 별장)를 방문하려다가 중간에 계획 없이 잠시 들른 동네입니다. 아주 작고 알려지지 않은 동네이지만 왠지 로또 맞은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요. 이번 <동네를 담다> 프로젝트에서 방문한 곳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남계 2구 방죽골입니다. 



흐린 날이었습니다. 동네 초입에 이렇게 방죽이 있었습니다. 방죽이란 물을 가둬두기 위한 둑으로 댐보다는 규모가 적은 곳을 말한다고 합니다. 비록 날은 흐렸지만 푸르른 수목과 물에 비친 세상이 감성적인 그런 곳이었습니다. 처음 보면서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탄성을 그대로 사진에 담았습니다.




중앙에는 이렇게 자연스럽고 묘하게 생긴 나무가 있습니다. 향나무인데 비 오는 날에는 칼을 든 장군처럼 보여서 예전에 적군을 쫓아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나무에 데이트 스냅을 많이 찍으러 온다고 하더군요. 나무의 모습이 묘하게 생겨서일까요.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나 봅니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시선으로 이 나무보다는 이곳 마을의 풍경이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그럼 알려지지 않은 이곳 마을의 풍경을 소개합니다.




 

참 그림 같은 마을입니다. 어쩜 마을이 이렇게 예쁠까요. 오밀조밀 들어선 나무들과 낮은 담장. 이 모든 것들이 유화 같은 그런 곳입니다. 이날 오후 사람들은 비록 없었지만 참 따스하고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는 이곳은 지금도 기억 속에 아른거립니다.




골목 끝을 올라가 보니 이런 농촌의 평범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담는 순간 풍경은 더 이상 평범해지지 않습니다. 사진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네는 더없이 고즈넉하고 감성적으로 변해갑니다. 어느 것 하나 필요 없는 것은 없습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없었으면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 테니까요.




내려오는 길에 집 담장에 능소화가 피어 있습니다. 이름 모를 집 앞에 피어있는 능소화를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는 기분이란. 8~90년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 마을에는 집집마다 피어있는 이 꽃들 때문에 집의 빛깔이 더 살아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이 고이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풍경이었습니다. 마음속에 고이고이 접어두고 싶은 풍경...




빛바랜 철문.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신기한, 누군가에게는 눈이 즐거운 이 철문이 마을에는 꽤나 많았습니다. 저 세월의 흔적을 어떻게 할까요. 저 같은 사람은 사진과 글로, 시인은 시로, 소설가는 소설로 표현하겠지요. 그렇게 이 마을은 한 편의 시와 같았답니다.




다른 집 철문의 구멍으로 빼꼼히 마당의 풍경을 보았습니다. 시선을 도둑질했지만 그래도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당에는 이렇게 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곳엔 4계절 동안 무엇이 열릴까요. 집주인과 이웃집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건강을 챙겨줄 무언가가 예쁘게도 열릴 것을 믿습니다.




마을 한편에는 이렇게 동네분들의 사진이 멋진 벽화와 함께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들이겠지요. 사람들이 있기에 더 멋진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벽화처럼 그들은 나무에 핀 나뭇잎처럼 도란도란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름 없는 이 동네 중앙에는 이렇게 작은 미술학원이 있었습니다. 주민분들 말로는 화가분이 운영하시는 거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습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지만 운영하시는 분의 미적 감각과 철학이 담겨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조그만 예술공간은 마을의 활력을 불어넣는 듯합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지요. 지붕 아래 줄줄이 늘어선 마늘. 이 집의 주인이신듯한 할머니 한분이 저 먼 곳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할머니의 뒷모습이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을 닮아 마음 한편이 아려옵니다. 아름다운 풍경 아래에 아름다운 사람이 서 있습니다.




논에는 벼가 익어갑니다. 잡음 없는 푸른색의 벼들이 여름과 가을을 인수인계하고 있습니다. 벼들 때문에 온 동네가 녹색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 마을은 푸르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이장님의 마이크겠지요. 이곳은 아직도 동네방송을 하는 듯했습니다. 사람 사는 소리가 나는 마이크. 이 마이크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방송되어지고, 사람들은 같이 얼싸안고 눈물 흘리고 웃을 겁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가는 길.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집니다. 옛 정서를 담뿍 받고 가는 이 마을. 시간 될 때 다시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입니다. 가을에 방문한다면 더 가을스럽고, 겨울에 방문한다면 더 겨울스러울 이곳. 이 마을과는 또 언제 다시 인연이 될까요.





ps. <동네를 담다> 프로젝트는 자그만 동네를 한 사진가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업입니다. 그것은 일상적이지만 창의적이고 행복한 작업입니다. 저는 꾸준히 여러 동네들을 찾아다닐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사진으로 고스란히 담을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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