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아름다운가게 천사들 이야기
“제가 우리 아이들의 멘토가 됐어요.”
얼마 전 김포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를 왜 하느냐의 물음에 대한 <이혜주> 천사님의 대답이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는 모두 '천사'로 불린다. 이 천사들은 식대도 시급도 받지 않고 일한다. 대체 요즘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이런 마인드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게를 찾아갔을 때 이미 많은 천사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날은 윤명자(이하 '윤'), 이혜주(이하 '이'), 정보숙(이하 '정') 천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먼저 자기 소개 좀 해주실까요?
이: 저는 아름다운 가게 활동가 이혜주입니다. 예전에는 3 아이의 엄마로서 이름이 없었지만 이제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라는 타이틀이 붙었으니 성공한 거겠지요.(웃음) 지금은 계속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도 하고 강의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뛰어들게 되셨나요?
이 : 처음에는 큰 아이가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큰 아이가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일을 못하게 되자 애가 없으면 엄마라도 나와서 일을 하라 하여 나오게 된 것이 인연이 되었어요.
윤 : 저는 서울에 있다가 김포로 왔어요. 서울에서도 사실은 자원봉사를 하곤 했었어요. 어르신들과 관련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 일은 제게 별로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김포에 오고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 일이 제 적성에 딱 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그러므로 인해 봉사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요.
정 : 전 13년간 김포 관내에서 사회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봉사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제 이 봉사를 시작한 지 3년이 넘었으니 여기가 내 집 같아요.
신 : 생각보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계기들이 무척이나 평범하네요. 뭔가 거창한 철학이나 이유가 있을지 알았는데 말이죠.
이 : 보통 멋모르고 시작한 경우들이 많은데, 이렇게 시작하므로 인해 가치들이 점점 입혀지는 거죠.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이 : 먼저 같이 일하시는 천사님들이 너무나 좋아요. 그래서 나와있으면 시간 가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저는 사실 아름다운 가게를 별로 이용하지 않았어요. 내가 왜 헌옷을 사 입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죠. 그러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을 하다 보니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재활용이라는 의미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죠.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제 아이들이 엄마를 존경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아이들은 저를 멘토라고 생각한답니다. 보통 자식들이 부모들을 존경하기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에게는 매우 획기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윤 : 제가 여기 나와서 이렇게 일할수 있는 건강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일을 하면 내 자신이 마음이 따뜻해지거든요. 그리고 일을 하는 시간마다 같은 연령대의 천사 분들로 짝이 지어져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기가 좋아요. 일주일에 하루하는 이 자원봉사는 제 인생의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 : 자원봉사를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아름다운 가게처럼 제대로 봉사하는 경우는 없어요. 다른 봉사활동들은 조금 하다가 사진만 찍고 나면 끝이거든요. 그런데 이 아름다운 가게처럼 형식적이지 않고 제대로 하는 봉사는 없어요. 그런 면에서 아름다운 가게의 자원봉사활동은 훌륭하죠. 게다가 어르신들의 지속 가능한 봉사터가 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을 위해서 일하잖아요. 그게 얼마나 좋고 보람찬일이에요.
청소년들도 많이 참여를 하는 것 같은데요.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 여기서 일하는 아이들 보면 모두 제 자식 같아요. 이곳에서 봉사하던 고3 아이들은 대학 붙었다고 아름다운 가게부터 뛰어오면 제가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족 같죠.
일하는 아이들을 보면 이들은 봉사시간을 의무적으로 채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아니에요. 벌써 의무봉사시간을 훌쩍 뛰어넘었음에도 봉사하는 경우가 많죠. 사실 아름다운 가게에 자원봉사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도 너무 많아서 그 아이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죠.
저는 청소년 자원봉사 시간을 의무적으로 지정해놓고 자원봉사 시간이 인성이나 인격인 것처럼 생각되는 사회풍조가 옳지 않다고 봐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마음이 중요한 거지. 이러한 정책이 의도는 좋으나 결국 형식적으로 흘러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그래서 엄마들이 대신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는 절대 엄마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울 수 없도록 해 놓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죠.
청소년들은 아름다운 가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이 :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건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요. 아름다운 가게는 청소년들에게 가게를 아예 맡겨버립니다. 그들이 운영하는 시간에는 그들의 생각대로 가게가 운영이 돼요. 그러므로 인해 매장 매니저의 경험을 할 수가 있어요. 이러한 경험은 인생을 살면서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아름다운 가게에 대한 소개들은 참 많았으나, 이렇게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처음인듯하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쉽지 않은 자원봉사에 대해 이번 기회를 빌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다음 시간에는 김포 아름다운 가게 매니저와의 만남을 통해 아름다운 가게에 숨겨져 있는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전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