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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은 거리를 발견했다

#4 동네를 담다(경기도 김포시 북변동)



100년이 넘은 거리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이번 [동네를 담다] 프로젝트에서는 경기도 김포에 100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거리가 있어서 방문했습니다. 과거 100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북변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흑백사진에서나 봐 오던 100년 전 거리의 모습을 2017년 한 사진가의 시각으로 담아보았습니다.



저 건너에서 따스한 햇살이 넘어오고 있습니다. 햇살 앞에는 기십년이 지나 낡고 촌스러운 간판들이 즐비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구도심의 정취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쉽사리 보기 힘든 여관의 모습과 소금구이 집들이 보이네요. 앞에 걸어가는 저분의 모습은 이 도시의 발걸음과 닮아 있습니다. 오래된 이 동네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길을 따라 들어가면 조그만 골목들이 즐비합니다. 엉켜있는 전기선과 사람 한두 명 지나다닐만한 골목길, 낡은 벽돌 담장과 칠이 벗겨진 시멘트 벽. 우리의 마음을 몽골몽골 하게 해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에 이런 곳에 살 때면 아침에 배달 오는 작은 우유 한 병에 즐거워했고, 골목길 가로등불 아래서의 첫 키스에 설레어했었는데 말이죠. 여긴 그런 감성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오후의 긴 햇살이 벽에 드리웁니다. 벽이 이렇게 감성적이어도 될까요. 요소 하나하나가 너무나 적절해서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창문. 창문을 열고 누군가가 웃으며 반겨줄 것 같은 어느 나른한 오후의 골목길입니다.




사람 키만 한 나무들이 즐비해 있는 한 집 앞입니다. 동네들이 다 그러하지만 이곳 역시 사람이 없습니다. 특히 이 시간 골목길은 더욱 그러합니다. 대신 햇살이 가득하고, 고요한 공기가 가득하고, 사람 키만 한 나무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홀로 동네를 걷는 일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골목길을 걷는 일이 즐거운 이들이 또 있습니다. 아이들. 어린 시절엔 무엇 하나 재미없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골목길에서 아이들은 보물 찾기를 하듯 무언가를 찾아 헤매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찾고 있을까요? 유년의 기억을 박제시키는 것일까요?




동네에 하나쯤 있을법한 문방구. 문방구 아저씨는 마늘을 손질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뒤에 즐비하고 있는 장난감 박스들. 어릴 때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항상 머물러 있던 그런 곳입니다. 요즘은 대형 문구사들이 생겨서 이런 동네 문구사들은 자취를 감추어 버렸지만 아직 그 모습을 지키고 있는 동네 문방구.




저녁 햇살이 아름드리 드리웁니다. 구석엔 이렇게 막혀버린 문이 있습니다. 우편함과 오래된 스테인리스 문 그리고 그림자. 그것들은 우리를 꿈의 세계로 이끌지도 모릅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는 무엇과 조우하게 될까요. 우리의 유년? 추억? 그리고 기억?




작은 돌담에 테이프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물건입니다. CD에서 더 발전해 거의 음원으로 듣는 요즘 이런 테이프들은 동네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동네엔 100년 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굳건히 그 모습을 지키고 있는 나무. 나무는 이 동네를 살아갔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역시나 오래된 동네에서 빠질 수 없는 이들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들. 그들은 동네 어딘가에 숨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정겹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그들. 그들도 동네 주민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큰 길가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황금빛 저녁을 선사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 날은 저녁 볕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김포시 북변동의 동네를 담는 프로젝트를 끝냈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방문하기엔 너무 아쉬운 곳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 하루 만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방문 해보리라 다짐하며 발걸음을 돌립니다.






ps. 안녕하세요. <동네를 담다> 프로젝트는 알려지지 않은 동네를 사진가의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통해 숨은 풍경들과 정서를 찾아내고, 그것들을 공유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추후 소중한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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