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시작해버린 갤러리 오픈
‘갤러리’를 오픈하는 법은?
정답은 그냥 오픈하면 됩니다.
이건 흡사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과 같습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법은?
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 누가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갤러리 오픈은 냉장고 속 코끼리처럼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언젠가부터였습니다. 공간에 대한 로망이 시작되었답니다. 공간에 대한 열망은 인간이라면 느끼는 시원적 욕망인듯 합니다. 어린 시절 멋 모르던 나이 우산 속 혹은 책상 밑으로 숨어들어갔던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 있습니다. 이런건 아마 엄마 뱃속에서 물고기로 있을 때부터 배워온 유전적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역시나 주변에서는 만류부터 합니다.
"어휴 그럼 거기만 매달려 있어야 하잖아."
"그 월세랑 나가는 비용은 어쩌구..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선 모든 일을 시작함에 있어 주변의 걱정과 만류가 따라옵니다. 그다지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공간을 얻게 되면 분명 단점들이 존재했지만 얻을 것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이는 마치 '결혼'과 같았는데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일바에는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간의 용도는 갤러리와 촬영 스튜디오였습니다. 당시 외부 촬영 의뢰가 꽤나 들어왔기 때문에 포토 스튜디오를 차릴까도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스튜디오는 나만의 공간이지 모두의 공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저같이 공간에 목말라 있는 노마드적 도시인들이 본인의 영혼을 찾으러 이곳을 들러주기를 바랐습니다. 결정은 내려졌습니다. 갤러리.
또 한 가지 갤러리로 마음이 갔던 이유는 과거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개인전을 위해 비용을 알아보던 차에 그 비용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거기다 액자, 프린트, 도록, 리플릿, 포스터 비용까지 고려해보니 과연 그 많은 신진작가들은 대체 어떻게 전시를 열어야 되는지 까마득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전시비용 때문에 전시가 꺼려진다는 작가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전시를 한다고 해도, 그림이 팔리거나 많은이들이 방문해 주는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주변에서도 무료 전시가 아니면 그다지 돈을 내고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이 대중화 되었다고 해도 전시회는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은 아닌듯 합니다.
과연 예술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야 할까요! 개인적으로 문화예술의 벽이 높지 않을수록 사회는 선진화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부를 떠나 철학과 예술의 존재를 믿는 이들이 품위가 있고 타인과 제대로 된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삶이 팍팍해집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행동반경은 점점 좁아지고, 마음도 협소해지곤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을 찾지 못하니, 매번 무언가를 소비하는데 자신을 모두 써버립니다.
그래서 아주 대중적인 갤러리로 복안을 잡았습니다. 대관료는 낮추고 더 많은 문화예술 행사를 유치하도록.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공간을 얻어야 했습니다. 어디로 얻을까. 제1 지역으로 살고있던 김포를 생각했습니다. 김포는 신도시 인구들이 유입되고 있는 도농복합도시였습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에 비용을 지불하는 데에 있어 아직 인색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생각한 곳은 파주. 파주는 출판단지가 있고 유동인구가 많으나 월세가 꽤나 비쌌습니다. 갤러리의 일반적 수익을 생각했을 때 그만큼의 월세는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이프와 함께 길을 걷다가 무엇에 홀린 듯 부동산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5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부동산 주인이 돋보기안경 너머로 눈인사를 건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번 키보드를 두드리곤 금세 만면에 웃음을 띄며 물어봅니다.
“어쩐 일 이유.”
“네 저희가 갤러리를 하나 열려고 하는데, 좀 저렴한 공간이 있나 해서요.”
“아 그런데가 있지...”
우리는 부동산을 나와 부동산의 바로 옆 건물 지하로 들어갔습니다. 애초에 지하여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다. 비용만 적절하다면 지하라도 잘 꾸며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낡은 철문이 열리고 지하의 공간이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략 40여 평 정도 되는 공간은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듯 6월임에도 불구하고 서늘했습니다다. 바닥장판은 다 뜯겨있었고 벽은 누리끼리 합니다. 그런데 뭐랄까 첫 느낌이 괜찮다라는 느낌이 듭니다. 모든것들과 인연이 있듯이 건물도 그러했습니다. 맘에 들더군요.
며칠 후 우리는 부동산을 계약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진하게 찍고 우리는 비로소 낡고 헌 건물 하나를 반영구적으로 얻을 수 있었습니다다. 이제 이곳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되고, 더 많은 이들의 생활예술터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갤러리는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갤러리의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꿈은 언젠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