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당신에게 드리는 이야기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전시를 할 수 있나요?”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종종 미술이나 사진 쪽 SNS그룹을 방문하곤 한다. 거기서 종종 듣는 소리가 저런 소리이다. 예술의 벽을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전공이나 경력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갔다. 옛날에야 관련 학과를 나오고 해당 교수들과의 인맥을 통해 예술계에 발을 들여놓곤 했지만 시대는 점점 변하고 있다.
먼저 채널이 다양해졌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미지와 접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카카오 서비스, 기타 웹사이트 등의 수많은 온라인 매체가 존재한다. 또 수많은 전시회와 프로젝트들이 오프라인상 존재한다. 의지만 있다면 본인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내보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전시할 수 있다
인기를 끄는 작가들도 경력이나 전공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오로지 작품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현재의 온오프라인 채널들은 블라인드 테스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얼마 전 SNS에서 이름을 떨친 하상욱 시인의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아마 기존 작가들은 이것을 시(詩)라고 부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글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고 표현했다. 그리고 대중들은 반응을 했다.
과연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내가 가진 철학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닐까. 아무도 보지 않는 작품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SNS 시인이라 불렸던 그의 시는 성공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예술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예술은 본인의 표현 수단이 될 수도, 콤플렉스를 승화시키는 역할 혹은 재미의 요소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동기들과 이유가 있기에 예술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예술하면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어려운 이야기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일반인들은 예술의 생산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예술의 프로슈머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사실 모든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는 현상이 프로슈머 현상이다. 프로슈머(prosumer)란 생산자를 뜻하는 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이다. 이 말은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처음 언급한 단어이다. 수동적 소비가 아니라 생산 단계에 있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창조해 나가는 능동적 소비자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확장되어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매일 TV만 보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개인방송을 해서 더 많은 구독자들을 보유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만 하던 독자들이 이제는 글을 써 책을 내기도 하고 강연을 하기도 한다. 그들은 다른 이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해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분야는 어떨까?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취미미술을 통해 전시를 하기도 하고, DSLR 카메라를 구매해서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양한 채널과 욕구들이 혼재되면서 세상은 점점 예술의 프로슈머 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갤러리 예온>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스며들어 있는 전시가 기획되고 있다.
이번 전시작가의 직업은 ‘셰프’이다. 셰프가 그림을 그린다. 조금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셰프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가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의지가 명확하고 또 전시를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전시가 하고 싶으면 누구나 전시를 하면 된다.
전시도 재미있고 새로워야 한다
그녀는 현재 요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나오는 음식 그림을 모두 그렸으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꾸준히 방송이나 광고 촬영을 하면서도 틈틈이 여행을 다니며 그곳의 느낌을 그림으로 기록했고, 대기업들과 협업을 해 메뉴판에 들어갈 그림들을 그리곤 했다. 과연 이런 그녀가 셰프라는 메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전문화가가 아니라고 해서 전시할 자격이 없는 것일까.
이제는 더 많은 이들이 콜라보레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 있던 것들보다 조금 더 새롭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선호한다. 이번 전시의 경우에도 기획 단계부터 주변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셰프가 그린 그림. 생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처음 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지향했던 전시들로 점점 공간이 채워지고 있어 유쾌하다. 우리는 항상 새로움과 다양함을 공유하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매일 그 감정들을 느낀다.
갤러리에는 어떤 뒷 이야기들이 있을까.
<갤러리 예온>을 운영하며 느껴온 이야기들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