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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위시리스트는 언제 실행해야 할까?

그림 그리는 셰프 개인전을 가지다

by 혜류 신유안




어느 순간부터 수첩에 몇 가지 리스트들이 적기 시작했다. 책 출간 하기, 갤러리 열기, 개인전... 살면서 이루고 싶은 꿈들은 점점 늘어났다. 지금의 나 자신이 초라해질 때 수첩을 펴보며 머릿속으로 상상을 했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겠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나는 대부분의 위시리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책을 출간했고 갤러리를 운영하고, 곧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불과 3년 만이다. 물론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뭔가를 하려면 최소한 10년은 해야지. 응?’



하지만 위시리스트를 달성한다는 것은 즐겁다. 마치 1년간 연습한 공연을 완주하는 느낌이다. 조그만 미션이라도 수첩의 목차를 펜으로 그어버리는 상쾌함은 놀라운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또다시 삶을 걸어가게 하는 힘이 된다.


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 없다. 딱 한 가지 실행력. 물론 이 실행력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무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도 위시 리스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불도저 같은 직진이 필요했다. 책 출간은 그냥 출간을, 갤러리는 그냥 임대계약을, 개인전은 사진 준비를 하면 되었다. 부가적인 문제는 이후에 해결해 나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러다 한 명의 셰프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녀의 위시리스트는 ‘개인전’이라 했다. 그녀의 직업은 요리사였지만 대학 때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고, 이후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다고 했다.


“언젠가는 개인전을 열거예요. 그건 저의 위시리스트니까요.”


“아. 그럼 저희 갤러리에서 내년에 전시회를 한번 열어봐요.”



단번에 제안을 했고 우리는 갑작스레 내년을 기약했다. 2018년 1월 전시는 현실이 되었다.

처음 그녀의 그림을 SNS에서 봤을 때의 느낌은 아날로그적이고 감각적이었다. 돌아다니며 펜과 노트만으로 그린 그림인지라 자유로웠고 감각적이었다. 노트와 펜은 그녀의 필수품이었다. 생각의 흔적이 그림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직업 때문에 음식 그림도 꽤 그렸는데 일반 음식 그림보다 조금 더 디테일했다.


“같은 스테이크를 그리더라도, 익는 순간에 따라 색깔과 형태가 모두 달라요. 저는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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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본 지식은 예술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녀의 그림도 그러했다. 음식에 대한 지식들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겼고 그럴수록 그림은 더 재미있어졌다.



갤러리 입장에서도 꽤나 재미있는 전시였다. 일단 작가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그런 면에서 갤러리의 철학과 꽤나 일치했다. 경력과 전공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실력과 소통능력만 있으면 전시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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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준비하면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작가가 가진 스토리텔링이 훌륭했다. 먼저 오픈 파티는 작가이자 셰프인 그녀가 직접 준비를 했다. 잡지나 대기업들과의 협업도 꽤나 했기에 그간의 그림들이 많았다. 또한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나오는 그림들도 전담해 관객들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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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전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용기를 얻어갔다. 여러 방면으로 능력 많은 자들의 변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누구든 도전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항상 삶의 위시리스트를 가지고 산다. 용기가 없으면 리스트는 영원히 수첩 속에서 잠을 잘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그리고 쇠뿔은 단숨에 뽑아야 된다. 갤러리에는 꿈을 가진 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온다. 그중 꿈을 이루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꿈을 실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삶은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위시리스트가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ps1.

세상에 더 많은 전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일념 하에 갤러리를 만들었습니다.

작가들에겐 저렴한 대관료, 관객들에겐 무료 전시

그래도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는 꿈꿀 자격이 있으니까요.


ps2.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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