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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공간을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이들에게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특히 콘텐츠와 의욕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그렇지 않더라도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력적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분들은 언젠가는 내 가게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프리랜서나 예술가들도 개인 작업실이 있기를 원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공간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기인합니다.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 작은 것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진열해 판매할 수도 있고, 강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 작업을 할 수도 있고, 전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생각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자동차를 가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동차가 없을 때 행동반경은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행동반경은 넓어지고, 자연스레 시야도 넓어지게 됩니다. 


 실제 갤러리를 오픈하고 운영하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커뮤니티와 교류하고 전시를 했습니다. 뮤지컬 리딩 공연을 하기도 했고, 사진 강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방송 촬영이 다녀가기도 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경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간은 책임을 수반합니다. 그것은 마치 직원을 두거나 가족을 부양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먼저 공간을 가지면 그 날부터 임대료가 나가기 시작합니다. 


공간을 가지려는 자. 임대료의 무게를 견뎌라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임대료 내는 날.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올까요. 직원일 때는 급여 날이 잘 안 오는 듯 하지만, 사장이 되면 월급 주는 날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임대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료 내는 날은 번개처럼 다가옵니다. 처음 몇 달은 자리 잡는 기간이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임대료를 내지만 한 달 한 달 지날 때마다 심리적 압박감은 조금씩 커져 옵니다. 

 그래서 공간은 사람의 창의적으로 만듭니다.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원하는 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계속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들죠. 새로운 아이템이 없을까, 지금의 상태에서 홍보를 어떻게 할까 등등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그래서 공간을 가질 때에는 처음부터 예상 최저 수익과 임대료를 가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1년을 버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저희도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많은 계획들을 세웠습니다. 지속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익과 한 번씩 크게 크게 들어올 수 있는 수익을 나눠서 생각했습니다.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물론 계획들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니 계획되로 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공간 운영의 큰 줄기를 잡고 공간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공간에 심리적으로 갇혀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두 번째로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이 공간에 갇혀버린다는 의미도 됩니다. 공간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공간에 기인한 사업들만을 생각하게 만들어버리는 특징도 있습니다. 공간이 없을 때에는 종횡무진 전국을 배경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기획하곤 합니다. 하지만 공간이 생기면 그곳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콘텐츠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의 폭은 오픈 당시에는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간을 가지게 되면 공간에 갇히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공간은 물리적인 곳만이 아닙니다. 단지 더 많은 사업을 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일 뿐입니다.


갤러리는 많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창구이다


공간은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소통창구이다


 저희 갤러리의 경우에도 갤러리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시 대관료를 워낙 저렴하게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전시 비용이 부담되는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내어주려는 목적으로 시작했기에 이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다행히 몇몇 분들이 지난 7개월간 개인전 및 단체전을 했고 그로 인해 한 발짝 나아간 활동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갤러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 음악회, 강의, 북콘서트, 촬영 등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 혹은 예술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는 또 다른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공간은 이런 기회를 부여해주는 마중물입니다.


 세 번째로 공간은 꽤나 많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요구합니다. 전기세 수도세 등의 각종 세금부터, 지속적인 유지보수 비용이 들어갑니다. 특히 공간을 활용해서 사람을 끌고 와야 하는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이 심심찮게 들어갑니다. 정기적으로 인테리어를 바꾸어 줘야 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겠죠. 이러한 비용을 무시했다가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공간을 가진다는 것.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지만 나쁘다 좋다고 확정 짓기는 쉽지 않습니다. 글의 초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공간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입니다. 대신 꾸준히 즐겁게 만들어가느냐는 오롯이 운영자의 몫이 될 것입니다.







일산에서 갤러리&포토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들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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