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갤러리 하면 왠지 입구에서 망설이게 됩니다. 들어가기 힘들고 접근하기 힘들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갤러리는 무언가를 전시하고 보여주는 공간일 뿐입니다. 왜 갤러리가 그렇게 어려워야 할까요. 그건 아마 그렇게 훈련받아온 교육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던져주고 싶었어요.
'갤러리는 단지 볼거리를 보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이러한 볼거리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꼭 그림 등의 평면예술이나 조각 등의 입체 예술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외에도 무언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있다면 그 모든 것들이 전시의 오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전에도 저희는 한 팬클럽의 사진 전시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날도 갤러리에서 잡다한 일과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문자가 한통 날아왔습니다.
"사진 전시회를 할 수 있나요?"
갤러리에 사진 전시회를 할 수 있느냐는 물음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느냐는 질문과 같았습니다. 당연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으로 '마마무 솔라'를 찍은 개인 사진전인데 괜찮겠냐는 물음이었어요.
전 그 질문을 받고 연예인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해야 하느냐의 고민보다, 왜 사람들은 이런 사진들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1~2주 후 우리는 팬클럽의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일반 전시와는 또 다른 색다른 풍경들이 펼쳐졌습니다. 팬클럽들은 그들이 자체 제작한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들어간 상품(일명 굿즈)들을 만들어 와서 진열하고 판매할 준비를 했습니다. 연예인의 실제 사진을 가지고 만든 등신대도 가지고 와서 진열을 했어요. 이러한 문화적 활동들이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들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사람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볼거리들이 더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상품들의 아이디어도 기발했고, 좋은 상품들도 많았습니다.
전시 당일 많은 팬클럽 회원분들이 방문하였습니다.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현상들을 보며 평소 느끼지 못했던 문화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웬만큼 유명하지 않고서는 일반적으로 전시를 한다고 해서 지방에서 굳이 시간을 내서 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마마무의 음악을 틀고, 뮤직 비디오 등의 영상을 상영했습니다. 그때부터 전시는 일반적인 사진전시회가 아닌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사용하는 공간 전시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시 마지막 날.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마마무의 솔라가 직접 갤러리를 방문했습니다. 팬들의 소식을 듣고 직접 방문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보통 전시를 하면 작가와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만 이렇게 모델과 작가 그리고 팬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팬들은 가슴을 떨며 같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고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로써 전시의 취지가 더더욱 완벽해졌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전시를 마치며, 조금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전시들을 기획하고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 역시도 기존의 틀에 묶여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서 조금 더 생각의 확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사고의 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문화예술이라는 건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느끼고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문화예술이죠. 개개인의 창의적 활동들이 기반이 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재밌어 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