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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모두 예술적 인간이다



갤러리를 열다


갤러리를 처음 오픈하려 했을 때 주변 모든 이들의 만류가 쏟아졌다. 아니 그건 해서 뭐하게. 돈 되는 걸 해야 먹고살지. 먹고살기 바쁜데 누가 그림 같은 걸 본다고 그래 등등. 수많은 걱정이 쏟아졌다.



갤러리 공간



 나는 사진을 찍는다.  상업사진을 찍고 예술사진 혹은 개인작업도 꾸준히 하고 싶어 한다. 와이프는 그림을 그린다. 모던 민화와 보태니컬 아트를 그리고, 미술수업을 진행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통점이 많고 사진이나 그림 혹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 우리의 저녁 식사의 가십거리는 고흐와 뭉크의 이야기 (동시대에 살았던 2명) 라던가, 르네 마그리트가 부인에게 벌였던 엽기적인 행각 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는 조그마한 공간에 갤러리를 열자고 이야기했다. 갤러리 오픈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첫 째, 보통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면 꽤나 많은 비용이 들었다. 대관 비용, 포스터, 인쇄물, 기타 필요한 물품들의 비용을 합산하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꽤나 위협적인 금액이었다. 이러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청년 예술가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갤러리라는 공간이 대중적이 되기를 원했다. 갤러리 하면 왠지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왜 이렇게 예술이라는 분야가 심리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가 되었을까


 과거 인류는 벽에다가 그날의 사냥 일기를 끄적이거나,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그렇게 일상과 밀접했던 예술은 어느 순간 귀족들을 위한, 이해하는 자들만을 위한 이질적 전유물이 되고 말았다. 왜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면 정숙해야 하는가. 또 왜 이해하는 자만이 이것들을 감상해야 하는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이 부끄러운 일 일까. 혹은 조금은 시끄러운 아이들이 한 번씩이나마 작품을 보면서 시각적 근육을 키우면 안 되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던 우리는 가장 즐거운 분위기에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를 원했다. 


 그래서 실제 이 공간을 운영하면서는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살롱, 포토 스튜디오 등의 작업들을 같이 진행했다. 이 공간을 만든 이유는 누구나 예술적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적 인간은 별 다를 게 없다. 단지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모두 그들만의 예술적 온도가 있다


서아린 화가의 전시 작품과 전시장 분위기


 얼마 전 SBS <영재 발굴단> 프로그램에서 전시 요청을 해왔다. 전시 작가 ‘서아린’양은 10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으나, 추상적 표현력이 매우 좋았다. 거북이를 그릴 때면 거북이의 등에 바다의 수많은 생명들을 박제했으며, 사람을 그리면 머리 부분에 그 사람의 생각을 시각화해서 가득 그렸다. 그 외 색채감 역시 무척 좋아 펜 드로잉뿐만 아니라 민화 풍이나 서양화풍을 모두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그것을 배우지 않았다고 했다. 단지 점화가 되듯 마음의 불씨가 표출되었을 뿐일 것이다. 전시 이후에도 작품 구매 문의가 꽤 들어왔다. 아마 사람들에게 꽤나 영감을 주었던 것 같다. 


 이 아이만이 특별한 능력을 내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와이프가 미술 수업을 하고 있는 일반 초등학생들, 중학생들, 또 몸이 불편한 학생들 모두 그들만의 예술적 온도가 있다. 그들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밤하늘의 별을 수놓기 위해 물감 위에 반짝이를 흩뿌리고, 무언가를 기가 막히게 따라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끊임없이 예술적 행위들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한다.


 우리는 모두 예술을 통해 위로하고 위로받는다. 경쟁을 해야 하는 냉철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과물이지만, 훌륭한 결과물들을 내기 위해 부득이하게도 희생해야 하는 것은 마음의 심지이다. 나는 사진 작업을 통해 나를 위로하고, 또 누군가는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한다. 또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감응된 관객들 역시 위로받는다. 촛불의 심지가 계속 짧아지듯이 우리 마음의 심지도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조금씩 소멸되어갈 때, 우리는 예술로 그 마음을 계속 보듬어 줄 수 있다.




예술로 사는 삶, 예술이 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


사진 수업 첫 강의에 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가 ‘셀프 포트레이트(직접 찍는 초상사진)’를 찍어오는 수업이다. 수강생들이 생각보다 어려워하는 숙제 중 하나이다. 셀프 포트레이트란 게 삼각대를 설치해놓고 나를 직접 찍어오는 행위며, 이 스스로를 정확히 들여다봐야 하는 행위는 누군가에게는 매우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한 번도 그렇게 스스로를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화가들이 가장 많이 그렸던 그림을 꼽으라면 자화상일 것이다. 모델을 구할 돈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항상 스스로를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내면의 모든 것을 꺼내보게 된다. 콤플렉스, 자만심, 부끄러움 등.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꺼내어 보았을 때 비로소 조금씩 치유된다. 예술은 모두 수단일 뿐이다. 어떤 예술적 분야를 택하던 경험을 하던 상관없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안에 표출할 수 있는 가치관이 있는가, 혹은 마음속에 배설할 수 있는 감정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들을 가감 없이 내보낼 수 있는가 이다. 


마마무 솔라 팬클럽들의 사진 전시회


 작년 즈음 한 유명 걸 그룹 팬클럽들의 사진 전시회가 갤러리에서 열렸다. 실제 걸 그룹의 멤버가 갤러리를 방문하기도 해서 팬클럽 사이에서는 꽤나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그들의 열정에 깜짝 놀랐다. 사진 전시를 주도했던 그녀는 교대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와서 이 모든 전시를 준비했다. 그동안 꽤 오랫동안 걸 그룹의 공연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노라 했다. 대략 3~40점의 사진이 걸렸다. 더 놀라운 것은 주말 이틀 동안 거의 3~400여 명의 인원들이 이 전시를 보러 온 것이었는데, 지방에서도 한달음에 올라온 이들이 꽤나 많았다. 웬만큼 유명한 작가들의 전시보다 훨씬 호황을 이루었다. 


 그들은 전시를 보러 와서 사진에 감탄을 하며 작품을 구매해갔다. 단지 그 걸 그룹의 멤버이기 때문 일수도 있지만 그들은 사진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촬영한 이의 작품을 구매했다. 예술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교감이 이루어지고 궁극적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예술의 목적은 위로와 치유에 있다. 삶이 점차 삭막해질수록 위로받을 곳이 더욱더 필요하다. 진중권 교수의‘예술의 궁극적 목적은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한 세계를 건설하는 데 있어야 한다.’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위로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예술로 풍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고대한다.  





※ 본 게시물은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예술로 사는 세상' 캠페인의 일환으로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예술로 사는 세상' 캠페인이 궁금하시는 분은 인스타그램(@kawf_campaign)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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