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사진은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새로 오픈하는 곱창집의 메뉴를 찍어주다


얼마 전 카톡이 왔다.


"작가님, 음식 사진 좀 찍어야는데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행사 기획을 하는 분이셨다. 전에 몇 번의 일면식이 있던 사이였다. 갑작스레 음식 사진을 물어봐서 의아했지만, 사진 일이라는 것이 주변의 소개가 많은지라 그런가 보다 했다. 


 며칠 후 나는 미팅을 하기 위해서 가게를 방문했다. 그곳은 구도심이었다. 대략 100여 년의 시간을 버텨온 오래된 동네. 그곳은 핏줄처럼 가느다란 골목길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차 한 대를 세우려면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요리조리 피해서 재주 좋게 구석에 박아 넣어야 했다. 이 날도 대략 10m 앞에 있는 가게의 간판을 보고도 좁아서 들어갈 수 없어, 뒤쪽으로 한참을 돌아 주차를 해야만 했다. 

 오래된 철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드르르륵'


 그곳에는 행사 기획을 하시는 분과, 대략 30대쯤 되어 보이는 젊은 사장이 앉아 있었다. 전화상으로 영양탕 집이라고 해서 나이 드신 분이 앉아 계실 줄 알았으나, 자리에는 젊은 청년 2명이 오래된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10여 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그의 첫인상은 꽤나 순박해 보였다. 30대 초중반쯤 되어 보였으니까 10 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건 20대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말일 것이다. 하나의 자리를 지켜온다는 것은 무슨 일을 하던 존경받을만하다.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기에.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기 전 많은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기 전에 장소와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공간과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 사진은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사진가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상업 사진도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부분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얼마 전 주차문제로 오래도록 알고 지내던 옆집과 시비가 붙었는데, 그 이후 그와 싸운 사내는 시에다가 이 사장의 식당 상황을 민원으로 집어넣었다고 한다. 그곳은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고, 그동안 쉬지 않고 영업을 해온 곳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구도심 건물들이 그러하듯 그곳은 불법 증축이 되어 있었고, 이러한 민원 때문에 그곳을 철거해야 하는 지경에 놓여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왕 철거하는 김에 업종도 곱창으로 바꾸고, 신도시 쪽으로 이전을 할 거라 했다. 곱창을 하려 한 이유는 장모님이 기십년간 곱창을 했고, 그 손맛을 물려받으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진의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떤 컨셉으로 가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다. 사실 사진 한 장일 뿐이라지만 요즘 같이 사진, 영상이 주를 이루고, SNS매체를 통해 홍보를 주로 하는 세상에서 사진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 한 장을 찍기 전에도 우리는 고객을 선정해야 하고, 타깃을 정해야 하고, 그에 맞는 방향성과 컨셉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쓸만한 사진이 되고, 돈 주고 찍어도 버리지 않는 사진이 된다. 


 우리의 대략적인 의견은 고급스럽고 모던한 느낌의 컨셉으로 매장을 끌고 가자는 것이었다. 거기다 장모님이 오랜 시간 동안 곱창을 했기에, 그에 대한 정통성을 담기를 원했다. 사실 이런 의견들은 '모던하고도 클래식한 느낌'이라던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나 우리 눈에 보이는 이미지라는 것이 오묘한 것이 찍다 보면 이 모던하고도 클래식한 모순된 느낌이 아름답게 구현된다. 그것이 이미지의 힘이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협의를 하고 헤어졌고, 나는 그에 맞는 소품들을 구매하고 준비를 했다. 개인적으로 모던한 배경에 클래식한 느낌의 소품을 구매했다. 잘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색감, 형태, 질감 등)를 고려해서 맞는 것들을 고르게 되면 한 편의 멋진 사진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하는 과정은 즐겁다. 


 그렇게 해서 한 장 한 장 사진은 완성이 되어갔다.






 사진의 컨셉은 고급스러움이었기에 갤러리의 작품들처럼 매장에 걸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매장의 벽 색깔도 짙은 색으로 심플하고 고급스럽게 갔다. 그리고 장인의 느낌을 끄집어내기 위해 음식을 손질하는 모습을 moody 하게 표현해보았다. 이 사진들은 영상으로 제작되어 매장 중앙에 있는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사진은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1초의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촬영 전 끊임없이 연구하고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사진의 70%이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촬영 후 의도한 바에 맞게 후보정을 하는 작업이다. 그러고 보면 사진은 참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blog: https://hestory0.blog.me/

instagram: uan_shin 



매거진의 이전글 여인의 셔터 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