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살면서 가장 좋은 선물은
시골 살면서 가장 좋은 선물은 단연코 아침이다. 통창은 아니지만 거실 한쪽이 다 트여있는 창문으로 아침마다 창의적인 풍경이 밀려든다. 이건 어떤 작품보다 훌륭하다. 특히 작품의 목적이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키는 데에 있다면 더욱 그렇다. 작품이 작가의 의도를 표현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면 신(神)은 아무 생각 없겠지만... 더 좋은 건 이렇게 멋진 작품들이 매일 바뀐다는 점이다.
요즘 예술작품 렌털업도 성행한다. 매달 혹은 일정 기간 동안 예술품을 대여해주고, 교체해주는 작업이다. 예술작품은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갱신해주기 때문에 이런 사업분야가 생겨났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렌탈업자가 자는 사이 이 큰 작품을 매일 교체해준다. 그것도 무료로.
그래서 아침마다 눈을 뜨면 설렌다. 오늘은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맑은 날은 맑은 날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광활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비 오는 5월.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날만의 분위기가 있다. 이 분위기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데, 그것은 내 글 실력이 모자라 서일수도 있겠지만 풍경이라는 것이 인간의 언어로 담기에는 너무 경이롭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난간에는 방울방울 물방울이 달려있고 산너머에는 물안개가 그득하다. 논들은 물이 가득 채워져 호수 같다. 내리는 비와 구름으로 인해 녹색은 온전한 녹색이 되고, 그 외 색들도 비슷한 톤으로 맞추어져 소소하고 낭만적이다.
아침 이러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작은 턴테이블에 손이 간다. 음악을 틀어놓고 아메리카노를 내리고 소파에 앉아 있으면 풍경이 더 잘 보인다. 조용히 음악을 틀어 놓으면 세상은 오히려 더 고요해진다. 음악 소리를 제외한 다른 소리들은 모두 음소거 된다. 풍경 위로 음악 꽃이 피어난다.
촬영이 있는 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한다. 명상이라는 것이 별다를 것은 없다. 다만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풍경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주 안온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는 다면 글을 쓴다.
이러한 작용은 하루를 서서히 깨어나게 만든다. 글을 쓰고 있는데 회사에 다니는 친구 녀석에게 카톡이 왔다. 아침 8시부터 회의라 커피도 한잔 못 마시고 준비하고 있다고.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삶의 방식 속에서 살아간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간을 바꾸는 방법이다. 살아가는 공간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삶의 형태가 바뀐다. 시골에 오고 나는 나의 삶의 방식을 새롭게 정립하고 산다. 도시에 살면서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살아낸다' 였다면 지금은 '살고 있다'
오늘도 그렇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