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카 예찬
나는 폰카 예찬론자다. 이 녀석은 정말이지 매력적인 녀석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폰카의 인식은 그러하다. 퀄리티 낮고 화질 안 좋고 그저 그런 사진을 뽑아주는, 기록용 기계 정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폰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에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러다가 폰카로 일상을 찍는 취미를 들이게 됐다. 이유는 간단했다. 준비물이 없고 가벼워서.
내가 생각하는 취미는 무릇 그러해야 했다. 일 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즐겨야 했다. 여기서의 '부담 없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번거롭거나 무겁지 않아야 했다. 취미를 위해 수많은 장비를 사 모아야 시작할 수 있는 취미는 업무에 버금가는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폰카를 선택했다.
거기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가 혹시 없어지지 않을까 끊임없이 신경 쓰면서 가족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아주 평범한 아빠의 입장에서 큰 카메라는 짐이다. 어깨에 맨 그것이 혹시 긁히거나 파손되진 않을까 항상 조심하며 몸도 조심조심 움직인다. 이것은 아이의 관리를 오롯이 와이프에게 맡기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그것은 와이프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모든 카메라를 놓고 폰카를 집어 들었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이 폰카를 든 것은 아니다. 폰카는 충분한 그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가장 눈에 띄는 두드러짐은 '신속성'이다. 사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찰나로 완성된다. 적절한 구도가 맞아떨어지는 절묘한 순간. 그리고 그것이 주는 감동. 이것이 바로 사진의 매력이다.
그래서 스트리트 포토나 스냅을 제대로 촬영하기 위해선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구성을 맞춰놓고 내가 원하는 피사체가 들어오길 기다린다. 예를 들어 어떤 장면에 걸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면 누군가 걸어갈 때까지 작가는 기다린다. 하지만 아빠는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기에 손에 들고 있다가 바로 엄지로 슬라이드 해버리면 켜지는 폰카는 어마어마한 기계가 된다. 1초의 순간 카메라는 작동된다. 큰 카메라는 준비하고 있지 않는 한 이렇게 빨리 작동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는 찰나를 담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다. 요즘 나오는 폰카는 광각부터 망원까지 모두 촬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카메라는 화각별로 렌즈를 다르게 가지고 다닌다. 그래서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렌즈만 한 가득 차 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 렌즈를 가지고 가지 않았다가는 아쉬운 순간을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기에 고민은 점점 심해진다. 반면 폰카는 스마트폰 1기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그렇게 아주 작은 취미로 나는 폰카를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나의 일상을 많이 기록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록은 가장 미적이고 사적인 기록이다. 물론 큰 카메라에 비해 화질이나 디테일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 전에도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불편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고, 더 안 좋은 장비들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해왔다.
기계적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왜 담아서 남겨두느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를 담고 있는 것이다.
벌써 2021년의 해가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나의 작은 폰카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늘은 그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첫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