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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

사진 강의를 하며 느꼈던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




 요 근래 사진과 포토샵 강의를 할 기회들이 생겼다. 얼마 전 <서울시 골목 창업 아카데미>에서 수강생들에게 '사진 강의'와 '포토샵 강의'를, 그 전에는 <강동 여성인력개발원>에서 '콘텐츠 기획과 사진 촬영'에 대해서 강의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현재 광고사진과 콘텐츠 기획을 실무로 하고 있고, 따끈따끈한 실무의 내용을 교류할 수 있어 불러주신 듯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진 장점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쉽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은 객관적일 수는 없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들었던 이들 중 더러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은 나의 히스토리에 기인하는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현재 직업과 상관없는 법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인지하게 되던 20대 후반의 어느 날,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았다. 어찌 보면 전공자에 비해 많이 늦은 것이다. 하지만 비전공자라는 부분은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째.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히스토리가 망하지 않는 사업을 꾸려나가는 기반이 되고 있었다. 주변에 보면 성공적인 스튜디오를 운영해 나가는 분들 중 의외로 비전공자들이 많다. 왜냐하면 '사업'은 뛰어난 사진 기술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을 운영해 나가는 데에는 기술 이외에 기획, 마케팅, 글쓰기, 영업, 회계 등의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지식들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두루두루 알고 있는 타이탄의 도구가 필요하다. 다행히 나는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전 기획, 마케팅, 컨설팅 등의 일을 했고, 이런 일들이 지금의 사업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지식의 콜라보가 가능하다. 예를들어 마케팅과 상업사진을 결합하여 설명을 한 더던지, 콘텐츠 기획과 사진 촬영을 결합해서 설명한다던지 하는 강의 주제가 가능하다. 이런 강의 주제들은 사업을 하며 모든 분야를 고민하며 해결했을 때 자동으로 결합이 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주제들이 생각보다 수강생들에게 유용했던 것 같다. 


셋째, 생초보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30대 초반 처음 카메라를 잡고 막막하고도 설레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지만, 무엇이 필요한지는 알았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많은 좌절과 배움을 반복했다.


사진 강의는 여러 수준의 클래스들이 있지만 핵심은 모르는 이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항상 바쁘다. 무언가 진득이 2년 3년을 공부할 시간이 없다.


결국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을 알려주어야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이다.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함에 있어, 그들과 같은 입장일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경험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떤 수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조와 얼개를 잡는데, 이만큼 좋은 재료는 없었던 것 같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들이 전문용어를 써가며, 관련 분야 지식기반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하는 강의는 어렵다. 그런 의미로 개인적으로 '김상욱 교수'의 강의를 좋아한다. 정말 알아듣기 쉽게 전문지식을 전달해주신다. 그래서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완전히 이해시킬 것인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도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 사고의 확장이다. 즉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흔한 사실을 비유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리개의 개념을 그냥 설명하면 어렵지만, 사람의 눈과 연계해서 설명하면 매우 쉬워진다. 이런 식의 비유를 만들어내고 정리하는 것이 강의를 준비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재미있는 강의를 할 수 있는 힘은 나의 부족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나의 삶.  그 부족함은 어떨 땐 나의 아킬레스건이 될 거라 생각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못하는 것 같고, 뒤쳐진 것 같은 느낌.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이런 여러 감정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 평균 나이보다 늦게 진로를 바꾸거나 직업을 바꾸는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느꼈을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깨달았던 나의 부족함을 수강생들 사이에서 본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채워주다 보면 언젠가 그들도 누군가의 멘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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