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진작가
2006년 사진에 '사'자도 모르는 놈이 디지털카메라를 샀다.
찬장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펜탁스 필름 카메라를 만져보고 찍어 보기는 했지만,
사진은 셔터를 누르면 필름에 기록된다는 사실밖에 몰랐다.
처음 산 디지털카메라는 Canon 400D.
그 당시 kiss X라는 글자가 새겨진 병행제품을 샀다.
렌즈도 번들 렌즈. 정말 초저가 조합이었다.
처음엔 사서 이걸로 무얼 찍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한참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 질문은 아직까지 그 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 당시 카메라가 처음에 손에 들려진 상황에서도 같은 질문이 내 머릿속을 때렸다.
그래도 무언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요즘 격렬하게 드는 생각이지만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일은 살면서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나름 첫 출사는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였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카메라가 없었던 그때는 다들 디지털카메라 혹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녔다.
카메라를 사고 처음 촬영한 사진들...
뭔가 촌스럽고 구도도 이상하고 색감도 자기 마음대로다.
하지만 정직했고, 그 셔터음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옆에 아이들도 촬영을 했다.
카메라를 사고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담아본 이후
처음으로 사람을 담아본 풍경이었다.
이 소년은 10년이 지난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그 당시에 스냅 촬영을 할 때 아이컨택을 해준 고마운 친구
처음 카메라를 잡는 순간 운명의 느낌이 왔다.
이 당시 혼자서 글을 끄적이는 걸 좋아했는데,
어렴풋이나마 사진으로 그러한 글을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사진에 대한 희망은 인터넷 사진동호회를 들어가면서 까마득히 잊혔다.
한 3~4년 정도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곤 했는데
인터넷 사진 동호회는 사실 조용히 나만의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게다가 소위 이발소 사진이라 이야기하는 풍경사진만 찍으러 다녔다.
그럼에도 사진 동호회를 나갔던 이유는,
사진 기술들을 구두로 배울 수 있었고,
여학생들이 많아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사진을 글 쓰듯 찍고 있다.
글을 쓰듯 시를 쓰듯 한 장에다 쓰고 있다.
그렇게 쓰는데 10여 년이 걸린 것 같다.
그런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2015년이 끝나가는 오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6년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