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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직업을 바꿨다
날아올라라 그대여
by
감성수집가
Jan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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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올라라 그대여. gimpo. 2015
터벅터벅.
당시 나는 참 지쳐 있었다.
귓전에는 터벅이는 발자국 소리와 주머니 속 짤랑이는 동전 소리가 들렸다.
가지고 있는 건 정말이지 어깨에 메고 있는 카메라가 전부였다.
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특히나 30중반의 나이에 직업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뻔한 인생이 되기는 싫었다. 남들보다 뛰어나진 않지만 남들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다. 예전 누군가 그랬다. 관 뚜껑 닫히기 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선택했다. 나는 무작정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길도 몰랐다. 도움을 얻을 이도 없었다. 또다시 시작되는 외로운 길이었다.
수많은 심리적 선택 과정들이 필요했다. 또 한번 되뇌고 또 한번 되뇌고.
하지만 한번 들어차기 시작한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마음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먼 것은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남극에서 북극까지도 아니었다.
이 세상에서 제 먼것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였다.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무작정 걸어야 했다.
걷기 시작했다. 하긴 이렇게 바닥부터 걷기 시작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분명히 20대 말, 30대 초에도 있었던 경험이다. 그래서 약간의 안도감은 들었다.
하염없이 걷다가 문득 오른쪽 비탈길을 보았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아니, 이 글자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은 힘이 느껴지는 말의 역동성이었다.
어떤 벽화 아티스트가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힘이 여기까지 전달되었다.
벽화가 그려진 턱 위로 녹색의 낡은 슬레이트 가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2층에는 전깃줄에 걸어놓은 빨랫가지들이 보였다.
응팔을 보는듯한 이 풍경.
아마 금방이라도 뛰쳐나올듯한 말이 없었으면, 이 풍경은 너무 올드하고 진부했을 것이다.
곧 쓰러질듯한 붉은 벽돌의 2층 집 아래 비상하는 말처럼 내 심장이 뛰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아픔 없이 고통 없이 변화를 할 수는 없다.
후회가 남을 것 같은 인생에선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 처음이 꼭 20대 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나는 직업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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