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의 풍경은 놀라웠다. 훌륭했으며 아름다웠다. 과연 누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 놓았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거닐 때마다 가슴속에서 밀려오는 감동은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우리는 생경하고도 아름다운 것에 마음이 움직인다. 감동의 물결은 항상 의외성에 있다. 그 의외성은 항상 완벽히 새로운 창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제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삶의 관조를 통해 기존의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았을 때 우리의 가슴은 비로소 일렁인다.
사월 초파일날 거리에도 청계천에도 절을 올라가는 길에도 흔히 보는 연등. 우리는 그 연등에 대해 얼마나 세심했었나. 사월초파일이 끝나면 창고 뒤편에 보관해 놓았다가 또다시 내년을 기다려야만 하는 연등의 신세. 이 연등을 가지고 충남 공주에 있는 마곡사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놓았다.
연등이 만개한 만곡사.gongju.2016
'우담바라'라는 꽃이 있다. 불경에서 나오는 상상의 꽃이다. 3천 년 만에 한 번씩 꽃이 핀다는 '우담바라'는 여래가 나타날 때마다 한 번씩 핀다고 한다. 나는 마곡사에서 몇백 송이의 '우담바라'를 보았다.
나는 마곡사에서 몇백 송이의 우담바라를 보았다
그것도 한겨울에 피는 붉은 꽃. 이것은 아마 기적이라고 불러도 될 만했다. 그것은 영롱했으며 농밀한 빛을 뗬으며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였다. 그것이 바로 '우담바라'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담바라.gongju.2016
만약 우담바라가 마음에 안 든다면 서유기에서 나온 도화 꽃이 만발한 천궁은 어떠한가.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간다. 손오공이 말썽을 피울 것을 염려한 옥황상제는 손오공에서 관직을 주게 되는데, 그 관직이 바로 복숭아나무를 관리하는 일. 이 복숭아나무는 신비스러워 한알이라도 먹게 되면 몇백 년을 살게 되는데, 손오공은 관리하라던 복숭아를 모두 훔쳐먹고 하계로 도망쳐오는 장면이 있다. 그때 하늘나라의 도화나무밭이 아마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공주 마곡사. gongju. 2016
공주 마곡사는 오층 석탑으로 유명하다. 현존하는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이 오층 석탑은 세월이 묻어나는 단청들과 함께 절의 분위기를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은 고즈넉했다. 날이 조금은 흐리고 평일인지라 사람이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고요한 분위기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편하게 했다.
오층석탑.gongju.2016
마곡사에서 놀라웠던 점은 글의 초입에도 이야기했듯 다른 절에 비해 매우 감각적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매우 예쁜 절이다. 절의 전체를 차지하고 있던 연등의 화려함과 웅장함도 볼거리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놓은 감각적 디자인들도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이런 풍경들은 정말 나 같은 사진작가들에게는 고맙고도 반가운 풍경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하고 감각적 시선들을 끊임없이 생성시키는 발화제이다.
소원.gongju.2016
감각.gongju.2016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 gongju. 2016
머무르다.gongju.2016
마곡사는 아름답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이곳은 템플스테이도 운영한다고 하니 작은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적격인 장소이다. 마지막으로 웅장하고 아름다운 연등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결정적 한컷을 남기고 간다.